4·7 재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면서 차기 지도부 구성을 둘러싸고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이끌 지도부 구성을 놓고 당 내부의 이견이 분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우선 이번 선거 패배로 인한 상처를 씻어내고 차기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가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반면 비대위 대신 당원 투표를 통한 당 대표 선출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패배로 당 지도부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선거를 총괄했던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의 입지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위원장은 민주당이 서울에서 승리할 경우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대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으로 대권 도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따라서 당 안팎에서는 비대위 체제에 돌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번 선거의 여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박주민 의원의 월세 논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세금 논란 등 정부 여당에 휘몰아친 폭풍을 가라앉힐 새 인물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이해찬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는 ‘이해찬 등판론’도 거론된다. 이 전 대표가 과거 당의 구심점 역할을 충실히 해낸데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당의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대선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이 미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헌·당규상 대선 180일 전인 오는 9월께까지는 당 후보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 선출까지 당의 혼란을 잠재우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나 원내대표 경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위 체제 전환 주장에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 등 ‘질서 있는 수습’을 주장해온 당권 주자 3인은 반기를 들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 재보선 전부터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을 방문하는 등 당권 경쟁에 이미 한껏 열을 올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친문’으로 분류되는 홍 의원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친문이라고 주장해온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야당에 큰 표 차로 낙선하면서 당내 친문 세력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홍 의원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대위원회 총괄본부장을 지낸 이력을 내세워 친문 표심에 다가선 바 있다. 다른 주자들과 팽팽한 대결을 벌여온 홍 의원의 입지가 좁아진다면 당권 구도는 송·우 의원으로 범위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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