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선택은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었다. 줄곧 민주당의 텃밭 지지층으로 여겨져온 2030세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이어 지난해 정의기억연대 횡령 의혹,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등이 연이어 터지자 빠르게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이 부동산 가격 안정과 만성적인 취업난 등 민생 분야에서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것도 청년 표심 이반의 원인으로 꼽힌다.
7일 MBC·SBS·KBS 방송 3사의 공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 유권자층에서 오세훈 당선인은 55.3%,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34.1%를 각각 얻었다. 30대 표심 역시 20대와 비슷했다. 오 후보와 박 후보는 30대에서 각각 56.5%, 38.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20대 남성의 오 당선인 지지율(72.5%)은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 남성(70.2%)을 추월했다.
오 당선인이 큰 격차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지지세는 유지하면서 스윙보터 역할을 한 2030세대의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60대 이상 유권자들은 오 당선인에게 71.9%의 압도적 지지를 몰아줬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40대에서도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다. 선거 직전에 실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40대에서만큼은 대부분 우세한 결과를 얻었지만 출구조사에서 박 후보와 오 당선인은 각각 49.3%, 48.3%를 기록해 초박빙인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콘크리트 지지층인 40대의 지지율 하락은 예결된 일이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4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6~7%포인트 하락했다.
모든 연령층에서 민주당 지지 이탈 현상이 일어난 것은 국민의힘이 대안 세력으로서 혁신에 나름대로 성공한 것과도 관련이 깊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후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아울러 당 지도부가 광주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들에게 사죄하는 등 보수색 탈피에 매진한 결과 정권심판론이 작동할 토대가 만들어졌다는 해석이다.
청년층의 이탈은 일차적으로 ‘불공정’과 ‘부정의’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대표적으로 조국 전 장관 사태의 본질은 부의 세습과 입시 불공정이었음에도 민주당은 검찰 개혁 프레임으로 대응해 청년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당시 강성 지지층의 비판을 감수하며 청년들의 상실감에 공감하려는 여권 인사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여권 인사들의 지속적인 ‘2차 가해’가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2030 여성 유권자를 중심으로 ‘여당 심판론’이 확산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 전 시장의 성범죄가 발단이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충분한 사과 없이 ‘소속 공직자의 잘못으로 재보선를 치른다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을 바꿔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당내 여성 국회의원들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는 것을 주도했다고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급등하는 집값과 실업률 악화 등과 같이 청년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4년 동안 유의미하게 해결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YTN의 의뢰로 ‘차기 서울시장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지역 현안’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41.8%)’을 첫 번째로 지목했다. 특히 ‘부동산’을 핵심 과제로 꼽은 비율은 20대(44.7%)와 30대(42.4%)에서 가장 높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현 여권 세력이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휘둘린 결과 청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정과 양성평등의 가치를 훼손하는 모습을 집권 기간 내내 보였다”며 “이념에서 자유로운 청년들은 단순히 투표를 포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안 세력인 야권에 표를 던져 심판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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