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가 네거티브와 부동산 실정 공세에 휩쓸리면서 정작 중요한 정책이 실종된 선거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부동산 시장 안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기 위한 광역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임에도 이들 공약의 현실성·실효성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조차 벌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서울·부산시장 후보들은 부동산과 코로나19 대책 공약을 빠짐없이 준비했다. 부동산과 관련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반값 아파트’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5년 내 신규 주택 3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공공임대주택 5만 가구를,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노후 아파트 10만 가구의 리모델링을 지원하겠다고 각각 밝혔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박영선 후보는 1인당 1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오 후보는 자영업자 대상 최대 1억 원 무이자·무담보 대출 공약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소상공인의 고정비 50%를 3개월간 지원하겠다고 했으며 박형준 후보는 자영업자에 대한 최대 1억 5,000만 원의 임대료 지원 대출 공약을 냈다.
그러나 막상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야가 네거티브 진실 공방과 부동산 실정 공세에 골몰하면서 공약의 현실성이나 실효성에 대한 토론이나 검증은 뒷전으로 밀렸다. 박영선 후보 측은 오 후보의 ‘내곡동 셀프 보상 의혹’을 선거운동 마지막날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에 오 후보 측은 박영선 후보 남편의 도쿄 아파트를 문제 삼으며 반격했다. 김 후보 측은 박형준 후보의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을 키우는 데 집중했고 박형준 후보 측은 김 후보의 전셋값 인상을 공격했다. 이 같은 진실 공방은 마지막 후보자 TV토론회까지 이어졌다. 여당은 지난 5일 오 후보와 박형준 후보를 각각 고발,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양측은 서로의 공약에 대해 치밀하게 검증하거나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지 않고 정권 심판 대(對) 정권 사수 구도를 내세우며 호소로 일관했다. 야권은 유권자를 향해 “정권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한 반면 여권은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치 선거로 몰아간 것”이라며 “정권 말에 치러지는 선거는 이렇게 정치 공방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난맥상은 여당의 전략적 실수로 빚어진 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너무 지나치게 뒤처지다 보니 일종의 한방주의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진 것”이라며 “집권 여당의 최대 무기인 정책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야당만 공격하니 국민들이 피로를 느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정권 심판론이 확산된 상황에서 여당이 승부를 걸 수 있는 것은 인물론인데 네거티브전을 하다가 인물론을 스스로 포기해버리는 결과가 돼버렸다”며 “네거티브전이 판세를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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