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얼마나 떨어졌느냐고요? 그 생각만 하면 너무 슬프고 자존심 상합니다.”
국내 라이브 클럽의 성지로 불리는 홍대 앞에서 20년 가까이 라이브 클럽을 운영 중인 황 모 대표는 근황을 묻자 “클럽이 공연을 못하니 좋을 수 있겠냐”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운영하는 F 라이브 클럽은 인기 밴드 ‘혁오’와 ‘국가스텐’ ‘노브레인’ ‘크라잉넛’ 등 내로라하는 유명 록밴드들이 모두 거쳐 간 홍대 라이브 클럽의 살아 있는 역사와도 같은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앞에서 수십 년간 명맥을 이어 온 라이브클럽들도 하나둘 스러져 가고 있다.
7일 한국공연장협회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에는 현재 80여 개의 라이브 클럽이 등록돼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들어 1~2월 두 달간 폐업을 결정한 업장은 10여 곳. 여기에 문은 열었지만 1년 가까이 운영을 중단해 사실상 개점 휴업 중인 클럽은 50곳이 넘는다. 홍대 라이브 클럽의 70% 넘는 곳이 폐업이나 휴업 중인 셈이다.
이 같은 줄폐업은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수도권 거리 두기 단계 격상에 발맞춰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라이브 클럽에서의 공연을 금지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홍대 라이브 클럽은 공연장으로 등록된 곳뿐 아니라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운영 중인 곳이 적지 않다. 이를 두고 업주들은 현실을 모르는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김대우 라이브클럽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음식점이나 공연장으로 등록된 곳들 모두 지난 20년간 홍대 라이브 클럽의 역사를 만들어 왔던 곳”이라며 “업종 등록이 다르다는 이유로 음식점으로 등록된 클럽들의 공연을 막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홍대 라이브 클럽들은 최근 몇 년간 일반음식점 형태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 왔다. 음악 산업의 지형 변화로 라이브 클럽들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게 되면서 음악 공연 외에 술이나 음료·음식 등을 팔아야만 업장 운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거리 두기 2.5단계 격상과 함께 적용된 라이브 클럽 공연 금지는 2단계로 내려온 뒤에도 한동안 이어졌다. 공연장 업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서울시는 지난달 말에야 방역 지침을 준수한다는 조건하에 공연 재개를 허용했다. 벼랑 끝에 내몰렸던 업주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지만 이미 때늦은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기정 공연장협회 사무국장은 “살아 남은 곳들은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손님이 바로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수도권 거리 두기 단계가 완화된 지 한참 지나서야 공연이 허용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라이브 클럽의 위기는 인디 음악계의 위기로도 이어진다. 문을 닫는 라이브 클럽이 늘어날수록 인디 밴드들이 설 무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혁오·크라잉넛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한 록 밴드들이 모두 이곳 홍대 클럽을 거쳐 성장했는데 이제는 그런 가수들이 설 자리가 없다”며 “인디 음악의 요람이던 홍대 클럽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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