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사모펀드(PEF)인 CVC캐피털파트너스가 도시바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최근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도시바에서 떨어져 나온 낸드 업체 기옥시아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도시바 인수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CVC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CVC는 도시바 경영진 지분 100%를 인수해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인수 가격은 2조 3,000억 엔(약 23조 3,74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추진 배경에는 도시바와 현 대주주와의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바는 지난 2017년 투자 실패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자 6,000억 엔 규모의 증자를 실시했다.
증자에 참여한 싱가포르 투자 펀드인 에피시모캐피털패니지먼트 등 행동주의 펀드들은 임원 선임, 배당 정책 등을 놓고 도시바 경영진과 대립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CVC가 에피시모 지분까지 모두 사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CVC 입장에서는 인수 후 더 이상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익성 높은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 도시바 역시 경영 의사 결정 구조가 단순해져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시바 내부에서는 CVC를 우호 세력인 ‘백기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에피시모와의 갈등으로 자리가 위태로운 구루마타니 노부아키 도시바 사장에게도 이번 인수 제안은 호재라고 볼 수 있다. 구루마타니 사장의 연임 안건에 대한 찬성 비율은 2019년 99%에서 지난해 57%로 4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올해 정기총회에서 그의 연임이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CVC재팬 회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구루마타니 사장은 인수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닛케이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 통치 체제를 바꾸기 위해 상장폐지를 검토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난관도 있다. 도시바는 원자력 사업을 갖고 있어 해외 자본이 인수하려면 경제산업성의 동의, 재무성의 사전 심사 절차 등이 필수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