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남은 1년간 국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재보선 직후 정세균 국무총리를 필두로 5~6명을 일괄 교체하는 대폭적인 개각으로 쇄신을 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성난 여론과 민심 이반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만큼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7일 정계와 관가에서는 청와대가 이르면 이번 주 정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총리와 부총리·장관급 인선 작업을 서두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선거 결과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김영춘 후보 개인의 패배보다는 문재인 정부 전반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더 짙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으로 불거진 부동산 시장 혼란에 대한 불만과 정부 여당의 일방통행식 정책 집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이후 악화된 양극화·민생고가 이번 투표의 향방을 가른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개각의 핵심은 정 총리의 거취다. 출신 지역, 성별 등 후임 총리에 대한 윤곽이 나와야 나머지 장관들의 인선 작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지율이 급락하는 데다 대선 유력 주자 가운데 이렇다 할 ‘친문’ 후보도 없는 상황에서 현 정부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정 총리의 본격적인 대선 행보는 청와대 입장에서도 반길 만한 시나리오다.
최근 문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정 총리는 선거 직후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후임 총리 인사 청문회와 국회 인준 일정까지 고려하면 정 총리가 오는 4월 말~5월 초께 사의를 표한 뒤 6월부터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를 위한 물밑 접촉을 시작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무난한 흐름이다. 정 총리는 이란에 억류 중인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와 선장의 석방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이달 중순쯤 현지를 직접 방문하는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의 후임으로는 ‘여성 총리’와 ‘비(非)호남 남성 총리’가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여성 장관 비율이 10%대로 떨어진 데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정 총리 모두 호남 인사였기 때문이다.
여성 총리 후보군으로는 5선 의원 출신인 이미경 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 내년 경기도지사 출마설이 제기되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영란 전 대법관, 여성 최초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4선 김영주 의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꼽힌다. 여권에 불리한 선거판에 희생정신으로 나선 박영선 후보와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도 ‘보은 인사’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남성 후보 중에는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경북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때 경제정책수석과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영주 전 무역협회장, 이시종 충북지사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인물난에 빠질 경우 부산 출신인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강원 출신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고려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김상조 전 정책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경제 라인이 최근 모두 교체된 만큼 홍 부총리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홍 부총리 후임으로는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 고형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대표부 대사 등이 꼽힌다.
장관급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미 교체를 예고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퇴진할 것으로 보인다. 변 장관은 지난달 12일 LH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2·4 대책의 기초 작업은 마치고 퇴임하라며 사의를 조건부로 수용했다.
개각 폭이 커질 경우 재임 기간이 오래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도 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대선 역할론’을 언급하며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개각의 변수로 꼽힌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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