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석권하며 전국 선거 4연패(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의 고리를 끊어냈다. 예상보다 큰 승리에도 당내에서는 “이제야 내년 대선을 위한 출발점에 섰다”며 자축을 경계했다. 거대 여당을 뒤엎은 민심을 본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민심이라는 게 너무나 무섭다. 더 낮게, 더 겸손하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 이후 야권에 놓인 과제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이 선거 승리에 도취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김 위원장은 강성 보수, 장외투쟁을 일삼다 민심을 잃고 21대 총선에서 민주화 이후 가장 큰 패배를 당한 국민의힘을 다시 수권 정당으로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대표급 인사로서는 역대 처음으로 광주 5·18 묘지에 무릎을 꿇고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과거를 사죄했고 기본소득·청년정당 등을 창당하며 혁신을 이끌었다. 김 위원장이 강한 리더십으로 당내 잡음을 누르고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이런 김 위원장이 떠나면 내부에서 당권을 둔 투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분열의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선거 기간에도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차기 당권과 원내대표를 두고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수도권, 충청권 중진과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의 유력 정치인 등이 당권 도전을 준비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와 함께 원외에서 ‘킹 메이커’를 자처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도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여기에 야권 단일화에 큰 역할을 한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합당으로 중도 인사가 대거 합류하면 전당대회의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야권이 당권을 두고 이전투구를 한다면 가까스로 끌어온 민심은 다시 이탈할 위험성이 있다. 여기에 야권 1위 대선 주자이지만 당 밖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관계도 풀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쇄신 과정에서 내세운 ‘진취적인 정당’ ‘약자와의 동행’ ‘노동 존중’ 등 새 정강정책을 아직 국민들에게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약점이다. 새로 들어서는 지도부가 이를 뒤엎고 다른 정치 노선을 택할 경우 ‘부자 정당’ ‘기득권 정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의 승리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변화와 개혁을 실천하기 위해 뼈를 깎는 혁신으로 치열한 싸움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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