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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주 정치에 대한 심판이다…야당도 달라져야

與 참패로 정책 전환 불가피…“오만한 정당은 대선서 독배”


서울·부산시장 등 21명의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을 뽑기 위해 7일 실시된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이 압승을 거뒀다. 개표 결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각각 더불어민주당 박영선·김영춘 후보를 두 자릿수 득표율 차이로 따돌렸다. 문재인 정권이 지난 4년 동안 ‘촛불 정신’과 ‘적폐 청산’을 외치며 폭주 정치를 한 데 분노한 민심이 심판한 것이다. 야당은 2016년 총선 이후 지난해 4월 총선까지 이어진 4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정국 주도권은 여권에서 야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불과 1년 만에 여야의 희비가 엇갈린 선거 결과는 무서운 민심을 실감하게 한다.

여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성 추행 등으로 치러진 이번 재보선에서 민심은 여권의 위선과 불공정, 폭주·무능·분열·오기 정치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공정’과 ‘정의’를 외쳤지만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한 여권 핵심 인사들은 이를 외면하고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이 같은 ‘내로남불’은 현 정권의 최대 지지 기반이었던 2030세대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민주당이 선거 기간 내내 동원했던 ‘생태탕’ ‘페라가모’ 등 최악의 네거티브 공세는 먹혀들지 않았다. 여당이 지난해 총선 당시 효과를 본 현금 살포 포퓰리즘도 유권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았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정당한 주권 행사를 통해 오만한 정권에 경고장을 던진 것이다. 여당의 대패로 국정 운영 방향에 변화가 휘몰아치고 임기 1년여를 앞둔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당장 여권에서는 개각을 비롯한 인적 쇄신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대선 전초전’으로 불린 재보선이 야당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대선 주자들의 대결 구도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 정책 기조 전반을 대전환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라는 명령을 내렸다. 우선 전 국민을 고통에 빠뜨린 집값 폭등과 일자리 쇼크 문제를 해결하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을 옥죄는 반(反)시장·친(親)노조 입법을 대폭 손질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무리하게 밀어붙인 검찰 무력화 작업도 그만두고 ‘정권수호처’ 시비에 휘말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폐지해야 한다.

차제에 외교안보 정책의 틀도 바꿔야 한다. 현 정부는 북한 김정은 정권과의 관계 개선에 과도하게 매달리느라 북한 비핵화에서 아무런 성과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제는 국익과 안보를 위해 중국 눈치 보기와 북한 집착증에서 벗어나 자유·인권·법치를 중시하는 가치 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여권은 국민을 편 가르는 갈라치기 정치를 접고 통합의 정치에 나서라는 국민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자면 청와대부터 아집을 꺾고 과감한 인적 쇄신을 단행해 국정 난맥상을 수습해야 한다. 지지층만 의식한 일방 독주와 코드 인사에서 탈피해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야 문 대통령의 남은 국정 운영도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다.



야당도 과거처럼 자만에 빠진다면 외려 내년 대선에서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여당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이다. 4년 전 대선과 달리 야권이 어렵게 후보 단일화를 일궈내 중도층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낸 효과가 컸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야당이 2002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도 6개월 뒤 치러진 대선에서 패배했던 쓰라린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 더 낮은 자세로 뼈를 깎는 쇄신과 외부에 문호를 개방하는 대통합에서 야당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공정 가치를 앞세워 더 나은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면서 실력을 쌓아 야당의 유능함과 도덕성을 보여줘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시대 정신을 외면한 채 오만한 모습을 보이는 정당은 여야를 막론하고 내년 3월 대선에서 민심의 준엄한 심판대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 선거 결과를 받들어 경제 살리기와 함께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 등 헌법 정신 지키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무너져 내린 공정 가치 복원과 국민 통합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여야 모두 승패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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