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따라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성장전략에 편성해 IT 기업들도 이 시장에서 수익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도구가 아닌 움직이는 컴퓨터로 인식되면서 IT기업들의 전기차 시장 ‘참전’이 일종의 유행인 셈이다.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고 있는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는 8일 중국의 전기차업체로 베이징자동차의 자회사인 ‘베이징차 블루파크 뉴 에너지 테크놀로지’와 합작해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차 ‘아크폭스 알파S HBT’를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상하이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화웨이 측의 발표에 따르면 아크폭스 알파S HBT에는 화웨이 칩과 레이더·카메라 등이 장착된다. 자동차 속을 화웨이 부품으로 채운다는 의미다. 화웨이가 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13년으로 알려졌다. 지능형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운전 플랫폼 분야 등에 집중하면서 자동차 메이커와 협업한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화웨이의 롤 모델은 테슬라나 애플인 것으로 알려졌다. 쉬즈쥔 화웨이 순환 회장은 지난해 11월 한 인터뷰에서 “테슬라가 한다면 우리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전자업체 샤오미가 독자적인 전기차 시장 진출을 발표했다. 샤오미는 향후 10년간 100억달러를 투자해 전기차를 만들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공개했다. 샤오미는 볼펜부터 신발, TV, 스마트폰, 로봇청소기 등 만들지 않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제품군이 다양한데 여기에 전기차까지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샤오미는 완성차 업체와 협업 없이 자체적으로 모델을 주도한다는 것이 기타 IT 업체와는 다른 점이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전기차 사업은 내 인생의 마지막 기업가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하드웨어인 화웨이와 샤오미는 그렇다 치고 순수한 인터넷 포털도 잇따라 전기차 사업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 검색엔진 업체인 바이두는 자동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와 합작해 전기차 업체인 ‘'지두(集度)자동차'를 설립했다. 바이두 측은 “회사가 축적한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카 시대의 혁신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었다.
바이두도 오랫동안 자동차와 관련을 맺어 왔다. 대표적으로 ‘아폴로’(Apollo)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 차량 기술을 2017년부터 개발했다. 아예 직접 전기자동차를 만들기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바이두에 앞서 전기차 제조사를 만든 알리바바는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설립한 전기차 제조사 즈지자동차에서 올해 말 신차 인도를 목표로 조만간 예약 판매를 시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도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와 함께 호출 전용인 밴형 전기차를 최근 공개했다.
일단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시장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시장의 파이는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좋다. 중국 정부는 최근 ‘친환경 자동차 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하며 오는 2025년 자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차 판매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을 뿌리면서 자국의 전기차 시장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내에서 팔린 자동차는 모두 2.531만대(전년대비 1.9% 감소)였는데 이중에서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는 137만대(7.5% 증가) 였다. 자동차 총 판매량이 작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2025년에는 500만대의 전기차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일단 미국 테슬라나 비야디·니오 등 기존 완성차 업체에 이어 IT 업계까지 함께할 ‘먹거리’는 충분한 셈이다. 그리고 점차 자동차가 이동도구가 아니라 움직이는 컴퓨터로 이해되면서 IT 업계의 역할도 커지는 추세다. KOTRA는 최근 ‘미래 자동차 글로벌 가치사슬 동향 및 해외 진출전략’ 보고서에서 전기차의 전장부품 비중이 최대 7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거대한 자동차 시장을 바탕에 깔고 있는 중국의 특성상 한두 업체가 실패를 하더라도 나머지 업체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한계도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이 전기차 시장 진출을 모색했지만 결국 포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에 막무가내식 접근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중국에서는 시장과 정부가 결합한 전기차 유행이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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