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올림픽 출전 선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노 여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1%도 안 되는데 고위험군인 노인보다 선수가 먼저 백신을 맞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비판이 거세지자 일본 정부는 사실무근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7일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일본인 선수를 대상으로 6월 말까지 백신 접종을 끝마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일본의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는 의료종사자와 고령자, 기초질환자 순인데,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올림픽 선수 접종을 먼저 마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본의 백신 접종 속도가 매우 느려 고령자 접종은 아직 시작하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고령자 대상 백신 접종은 오는 12일 도쿄에서 시작된다. 일본은 백신 공급이 느린 탓에 백신 접종률이 1%도 되지 않는다. 이에 모든 선수에게 백신 2회를 접종하기 위해 고령자 백신 접종이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선수들은 모두 젊고 건강하다”, “노인들도 6월 중순까지 모두 백신을 맞지 못할 수도 있는데 운동선수에게 먼저 백신 접종을 한다는 것이냐” 등의 비난이 나오고 있다.
거센 비판에 일본 정부는 사태 진압에 나섰다. 8일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구체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 자체에 대한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은 “나는 분명히, 올해의 올림픽 개최는 위험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 반대한다”면서 “정부는 올림픽이 아니라 백신을 긴급 승인하고 보급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북한도 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올림픽 개최에 대한 반대 여론은 최근 일본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며 더욱 거세지고 있다. 7일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451명으로 2개월여 만에 3,000명대를 기록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에서만 555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감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한 달 만에 14배로 폭증해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백신 접종을 총괄하는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은 7일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도쿄와 오사카의 코로나19 확산세를 우려하면서도 올림픽을 “연기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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