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살인 사건을 조사한 자료를 공개했지만 ‘부실 자료’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 의혹을 조사한 내용을 공개하라고 소송을 내 승소했음에도 국정원으로부터 15글자짜리 부실한 자료만 받았다”며 조사 기록 전부를 공개하라고 9일 요구했다.
민변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는 ‘마이크로필름 촬영 목록’ 문건이다. 이 문건은 마이크로필름으로 촬영돼 분류번호와 항목, 제목, 작성 일자가 기록돼 있다. ‘제목’ 항목에 군인 3명 이름과 지역명 등 총 15글자만 수기로 적혀있다. 나머지는 전부 빈칸으로 돼있다. 군인 3명은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1969년 민간인 살인 사건에 대해 조사한 이들이다.
민변은 행정소송을 내서 지난 3월 3년 8개월여 만에 대법원 승소 판견을 확정받았다.
이에 민변이 행정소송을 내 승소 판결을 확정받자 국정원은 해당 정보에 당사자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있다는 이유로 재차 공개를 거부했다. 민변은 다시 정보를 공개하라며 소송을 냈고, 지난달 3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김남주 민변 베트남TF 소속 변호사는 "국정원이 퐁니·퐁넛 학살에 관해 당시 장병들을 조사한 기록 일체를 공개해야 한다"며 "50년 넘게 지나 공개되더라도 베트남과의 외교적 국익이 중대하게 침해될 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정보 공개를 거부하면 조사 기록 일체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할 것"이라며 "이마저 거부하면 다시 기나긴 소송을 거쳐서라도 공개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보유 중인 문서 목록을 소송 당사자에게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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