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수사팀에 대한 피의 사실 공표 조사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의도적인 유출이라면 수사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다”며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는 ‘내로남불’이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이른바 ‘니편 내편 가르는’식으로 수사 대상이 친(親)정부 인사인지 여부에 따라 피의 사실 공표·알 권리라는 다른 잣대를 대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 중인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 수사팀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또 수사팀 부장검사를 비롯해 소속 검사 전원을 조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 장관이 앞서 6일 “특정 언론에 특정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라고 볼 만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문제 제기를 한 데 따른 것이다. 대검찰청은 이튿날인 7일 ‘형사 사건 공개금지 철저 준수 지침’에 따라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에 진상 확인을 지시했다. 박 장관 지적에 따라 각 수사팀이 지침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피의 사실 공표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정치·법조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수사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판단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7일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피의 사실 공표 금지가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사법농단 수사나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수사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피의 사실 공표와 관련해 여당·법무부·청와대는 침묵했다”며 “침묵하던 사람들이 2019년 조국 전 장관 수사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다들 아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유불리에 맞춰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적절히 활용했다는 것을 우회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9일 본인 SNS에 “우리 편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는 범죄이고, 상대편에 대한 공표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하는 공익적 공표로 보는 것이 아닌가”라며 “임은정 검사는 한명숙 총리 감찰 주임검사 교체 경위에 대한 ‘대검 감찰부’ 명의의 자료를 발표하고 보안을 유지해야 할 감찰 내용을 공개해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던 법무부가 이 사건에 대해선 득달같이 감찰조사를 지시하는 것은 우리 편과 저쪽 편의 이중 잣대를 들이댄 결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수사 대상이 우리 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피의 사실 공표·알 권리로 나누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게다가 해당 수사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 힘빼기·흔들리’란 우려도 나온다. 해당 조사가 자칫 수사팀에게는 외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이 앞서 ‘외압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외압으로 느낄 이유가 없다. 수사를 못 하게 발언하거나 인사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실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통상 주요 수사의 경우 수사팀이 자체적으로 보안각서를 제출하도록 하나 공개적으로 대대적 조사에 나선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특히나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의 사실 공표를 조사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감찰을 암시하는 피의 사실 공표 조사가 수사 중에 이뤄질 경우 자칫 수사 외압으로 작용하면서 수사팀을 흔들 위험이 있다”며 “수사 중에는 실제 문제가 있는 인원만 교체하지, 공개적으로 조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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