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조선인을 비하해 물의를 일으킨 일본 대표 화장품 기업 DHC의 회장이 자신의 인종차별 문제를 취재한 NHK를 두고 '일본 조선화의 원흉'이라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NHK는 이날 아침 방송인 '오하요 닛폰'에서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이 작년 11월 회사 홈페이지에 재일한국인을 비하하는 글을 올린 것을 보도했다. 당시 요시다 회장은 경쟁사인 산토리와 자사를 비교하면서 "산토리의 광고에 기용된 탤런트는 어찌 된 일인지 거의 전원이 코리아(한국·조선) 계열 일본인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존토리'라고 야유당하는 것 같다"고 썼다.
존토리는 재일 한국·조선인 등을 멸시하는 표현인 ‘존(チョン)’에 산토리의 '토리'를 합친 단어다. 재일 한국·조선인과 산토리를 모두 깎아내리는 표현인 것이다. 그는 또 "DHC는 기용한 탤런트를 비롯해 모든 것이 순수한 일본 기업"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NHK는 DHC가 "재일한국인을 멸시하는 표현을 했다", "대기업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하고 있는 것에 놀랐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요시다 회장은 DHC 홈페이지에 NHK 방송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항상 일본의 조선화라는 것을 무엇보다 우려하고 있는데, 그 원흉인 NHK의 문의(취재)에 덩실덩실 춤을 췄다"며 "NHK의 상황을 모든 국민에게 주지시킬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시다 회장은 "NHK는 간부, 아나운서, 사원 대부분이 코리안(한국)계"라며 "출연하는 학자, 연예인, 스포츠 선수의 상당수가 코리안계이고, 심지어 우연을 가장한 거리 인터뷰조차도 코리안계를 선택하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았다. 그는 특징적인 이름과 돌출한 턱, 평평한 뒤통수 등으로 한국계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며 인종 비하적인 발언도 했다.
요시다 회장은 또 "NHK는 일본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집권 자민당에 한국계 의원이 일부 있고, 야당은 한국계 의원투성이라서 NHK가 하는 일을 누구도 막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종차별은 원래 다수가 소수에게 하는 언동을 말하는 것으로, 지금 일본에서 한국계는 '마이너리티'가 아니라 일본의 중추를 좌지우지하는 '메이저리티'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한편 요시다 회장의 글이 알려지면서 트위터에서는 "#차별기업 DHC의 상품은 사지 않습니다"는 해시태그를 붙인 항의가 이어졌다. 일본의 한 네티즌은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DHC의 위험성을 모든 국민이 공유하고 보이콧함으로써 국민의 의사를 표시하자"고 불매 운동을 호소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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