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시가 응급용 유전자증폭(PCR)검사 제품으로 시 인구의 절반을 넘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진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응급실 등에서 활용하기 위한 용도로 당국의 허가를 받은 제품을 시민 전체 대상으로 사용하면서 방역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방역을 총괄하는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해당 키트를 일반용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입장이지만 여주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결과 등을 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11일 여주시에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18일부터 지난 달 30일까지 신속PCR 검사 6만2,862건이 시행됐다. 여주시 인구 수(11만5,074명)의 54.6%에 해당하는 검사가 이뤄진 것이다.
문제는 여주시가 응급실 등 긴급사용 용도로 허가 받은 제품을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주시는 지난 해 7월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코로나19 응급용 검사 긴급사용 용도로 허가한 AMS바이오의 진단키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 제품은 방대본에서 응급용으로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전라남도 영암군은 지난 2월 22일 이 제품을 사용해 4,117건의 진단 검사를 실시했지만 하루만에 사용을 중단했다. 영암군 관계자는 “방역 당국이 일반 현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중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속PCR검사를 응급 용도가 아닌 일반 진단 검사용으로 사용할 경우 오히려 방역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업체는 신속PCR키트의 민감도, 특이도를 100%라고 얘기하는데 일반PCR검사도 그 수치가 안 나온다”며 “위양성 사례가 쏟아질 경우 방역 현장에서는 큰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검사 특성상 양성을 음성으로 잘못 진단하는 ‘위음성’(가짜 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잘못된 검사가 주는 안도감으로 확진자가 더욱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는 단초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주시는 키트 사용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주시는 지난 달 22일 12억39만원 규모의 ‘신속 PCR 검사 위탁 용역’을 맺었다. 이미 지난해 12월 18일 AMS바이오와 14억2,000만원 규모의 ‘신속 PCR(응급선별) 검사 위탁 용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 달 30일에는 한 음악공연에 관객 150여명 및 출연진 등을 대상으로 신속PCR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여주시 관계자는 “응급실에만 사용하도록 묶어놓은 제도가 잘못됐다고 건의했다”며 “지난 해 12월 13일 중대본 회의에서 ‘여주시와 같이 자체 책임과 예산하에 시범사용 가능하도록 조치’라는 결과가 나와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세균 국무총리도 ‘여주시와 같은 사례가 우수 시범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평가해 진단검사를 진행하고 있다”이라고 주장했다. 정 총리는 실제로 지난 2월 8일 대정부질문에서 ‘여주시의 성공 방역 모델을 다른 지자체로 확대할 계획이 있느냐’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우선 희망하는 곳부터 하는 것이 좋겠고 성과가 있으면 더 넓게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며 “질병청에도 이러한 부분을 적극 검토하도록 제안해 놓은 상태”라고 답한 바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중대본 회의에서 사례 정도로 소개된적이 있다”며 “허가 외 사용이냐 아니냐 등에 대한 권한은 방대본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방대본 관계자는 “방대본의 입장은 변한 게 없으며 여주시에 허가받은 기준에 부합해서 쓰라고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며 “제조사에는 해당 키트가 응급용으로 사용되도록 허가받았기 때문에 일반용 사용을 제한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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