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노련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함께 한국노총 소속 여성 조합원을 건설 현장에서 집단폭행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한국노총이 연합노련에 ‘가해자 징계’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한국노총 산하인 연합노련이 민주노총 산하로 옮기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노노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12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노총 공문에 따르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8일 산하 단체인 연합노련 정연수 위원장에게 ‘여성 조합원 폭행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을 징계한 결과를 한 달 내 통보해줄 것을 요청했다. 피해자인 여 조합원 A(47) 씨가 소속된 한국노총 건설노조가 한국노총 본부에 폭행 가해자 징계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연합노련이 징계 결과를 한 달 내 한국노총에 통보하지 않을 경우 한국노총은 본부 차원의 징계 절차를 밟게 된다.
노동계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모 공동주택 신축 공사 현장에서 남성 조합원들이 타워크레인 노동자인 A 씨가 크레인에 탑승하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발생했다. 당시 A 씨는 “계약상 자신의 일터”라고 주장하며 크레인에 오르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노조원을 채용하라”고 요구한 연합노련 조합원 3명과 민주노총 조합원 2명이 A 씨의 크레인 탑승을 막으면서 7m 높이에 매달린 A 씨에게 발길질을 하고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A 씨는 병원에 입원했고 이들 5명을 살인미수 및 폭행, 성추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반면 연합노련 측은 회사 측에 A 씨처럼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채용을 요구한 것이지 A 씨의 채용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폭행 문제는 민주노총과 다퉈야 할 문제로 오히려 소속 조합원들이 A 씨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연합노련은 “현장의 높이는 2m 정도”라며 “먼저 타워크레인에 매달린 우리 조합원에게 A 씨가 올라와 매달린 것”이라며 A 씨를 경찰에 폭행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한국노총 본부는 A 씨가 피해자라는 입장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당시 남성 조합원들이 A 씨에게 욕설을 하고 발등으로 누르는 사진 및 영상이 유포되면서 여론이 A 씨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A 씨가 도와 달라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6만 명가량의 동의를 얻었다. 한국노총은 지난 7일 “건설 현장 여성 조합원 폭행 및 성추행을 강력 규탄한다”는 공식 성명을 냈다.
일각에서는 연합노련이 조직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한국노총에서 벗어나 민주노총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연합노련은 민주노총과도 여러 지역에서 충돌해 법적 분쟁을 수차례 벌이고 있는 상황으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