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오피스 거래 시장에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같은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로 나가지 못한 투자금이 국내 자산으로 몰리고 저금리 기조까지 겹치면서 오피스 가격이 급등한 것이 이유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매도자가 매수자로 나선 것이다. 매각 과정에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당 퍼스트타워 매각 주관사인 쿠시먼앤웨이크필드는 인수 후보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신탁을 선정했다. KB운용과 하나대체운용도 입찰에 참여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로 55번지의 이 건물은 분당 상업 중심지인 서현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다. 지하 6층, 지상 13층 규모로 연면적 1만 7,824평이다. 네이버와 현대건설기계·현대에너지솔루션·다날 등 알짜 기업이 있고 지하에는 영풍문고도 입점해 공실률 0%를 자랑한다.
분당 퍼스트타워는 ‘미래에셋맵스NPS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의 자산이다. 2008년 국민연금이 투자했다. 하지만 자산 관리·처분 및 일반 사무 업무는 신탁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사실상 매각 자문 계약을 체결한 곳도 미래에셋운용으로 매각자가 매수 후보자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인근 판교 H스퀘어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하 4층, 지상 10층에 연면적 2만 5,754평의 대형 빌딩인 이곳은 카카오 계열사 등이 입주해 안정적인 운용이 기대된다. 매각 주관사인 CBRE는 이달 초 인수 후보로 코람코신탁·이지스자산운용·한국토지신탁·퍼시픽자산운용·JR투자운용 등 5곳을 선정했다. 이 건물의 소유주는 판교에스디투(PFV)다. 하나은행(39.4%)이 최대 주주인데 사실상 하나은행은 수탁자 역할만 한다. 주주로는 우정사업본부·행정공제회·우리은행·코람코신탁 등이 참여했다. 이 중 코람코신탁은 주주뿐 아니라 판교 H스퀘어 매각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업계에서는 ‘매각자=매도자’가 되는 이상 현상은 현재 대체 투자 시장의 상황을 반영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투자가 막히고 넘치는 유동성에 오피스 몸값이 뛰면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건물 매도자가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한다. 다른 인수 후보들보다 아무래도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매도자가 매수자로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없다”며 “거래 시 몇십억 원의 이익이 오가는 만큼 인수자를 두고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쉐어딜로 미래에셋증권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며 "매입을 완료할 경우 재매각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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