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교통 단속 과정에서 흑인 군 장교 얼굴에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폭행했던 백인 경찰이 결국 해고 처리됐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BS, NBC 방송, 로이터 통신과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윈저 경찰은 소속 경찰관인 조 그티레즈를 이날 해고했다. 그티레즈는 동료 경찰 대니얼 크로커와 지난해 12월 윈저에서 교통단속을 하던 도중 미군 중위 캐롤 나자리오가 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불러세웠다.
나자리오가 차 속도를 줄인 뒤 근처 정유소 근처에 세우자 그레티즈와 크로커는 총을 겨누면서 나자리오에게 접근하면서 "문을 열고 차에서 나오라"고 말했다. 이에 나자리오는 "무슨 일이냐"고 여러 차례 말했고 "나는 아무 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솔직히 나가기 겁난다"며 창문을 통해 두 손을 내민 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레티즈와 크로커는 나자리오를 향해 후추 스프레이(최루액분사기)를 뿌렸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차 밖으로 나온 나자리오를 발로 걷어찼다. 경찰관들이 차를 수색하는 동안 나자리오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졌다. 한 경찰관은 "나를 왜 이렇게 대하냐"는 나자리오의 말에 "당선이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당시 경찰관 2명을 백인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건 보고서에서 나자리오가 몰던 차에 번호판이 없었기 때문에 단속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나자리오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나자리오의 변호사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경찰관 2명에게 책임을 묻고 다시 이런 일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인 경찰관들이 나자리오를 강압적으로 단속하는 동영상이 확산하자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 과정에서 숨지게 한 미국 전 경찰관에 대한 재판이 지난달 29일 시작되면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됐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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