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우선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과 정진석 의원 간의 단일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주 대표 대행과 정 의원은 각각 당내 TK(대구·경북)와 충청권의 최다선이다. 5선 의원에 원내대표를 지냈고, 온건·개혁 노선을 걸어온 정치궤적마저 유사한 두 사람은 현재 가장 유력한 국민의힘 당권주자군으로 꼽힌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의 4·7 재보선 승리에 대해서도 각자의 지분을 자신하고 있다. 주 대표 대행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삼고초려해 당의 개혁과 선거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 의원에 대해서는 예민한 시기에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아름다운 단일화'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은 재보선 당일인 지난 7일 비공개 회동을 통해 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늦어도 일주일 내에 다시 만나 논의를 매듭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당내에선 역시 5선인 조경태 의원을 포함해 이들 '최다선 주자'만으로는 대선 국면에 산적한 난제들을 풀어가기에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재선 의원은 11일 현 당권 구도와 관련해 "대선을 이끌 차기 당대표는 '김종인 매직' 이상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에둘러 아쉬움을 표했다. 영남권의 또다른 재선 의원은 "4∼5선 선수가 쌓이면 당권, 대권 출마 외에는 어차피 길이 없다. 일단 출마하고 보자는 심리 아니겠느냐"며 중진들의 경쟁적인 출격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당내 일각에서 '김종인 재추대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4·7 수혜'를 체감하는 수도권 초선들의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한 초선 의원은 "기존 주자들의 저항, 당헌당규 개정작업 등 장애물이 많아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는다"라면서 "실력을 검증한 '챔피언'에 대한 갈증, 홀로서기에 대한 위기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재추대론은 향후 당권경쟁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또한번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당권과 별개로 대선은 '김종인 선대위' 체제로 치르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의원은 "전대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되, 선대위를 조기 가동하고 김종인 위원장을 모셔오자는 것"이라며 일종의 절충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어떤 형태로든 김 전 비대위원장이 재등판할 경우 주호영 정진석 등 기존 유력 주자들은 자연스럽게 내년 대선 후, '차차기 당권'을 기약하게 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사자들로서도 공천권도 없는데다가 대선 패배 시 단명할 다음 당대표보다 나을 수 있다는 손익계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 과반인 초·재선들이 이날 오후부터 선수별 회동에 연쇄적으로 나서는 만큼 당권 논의에 또 다른 전환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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