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미국)의 씁쓸한 미소 뒤로 양용은이 골프 백을 들어 올리며 환호하던 지난 2009년의 8월이 시작이었다. 제91회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를 3타 차로 따돌리는 충격적인 결과로 양용은은 아시아인 최초의 남자 골프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평생 안게 됐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의 마스터스 제패로 양용은에게 따라붙던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우승자라는 수식어는 자연스럽게 폐기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8승의 최경주는 “4대 메이저 중 마스터스 코스가 길이나 샷 스타일 면에서 한국 선수들이 가장 해볼 만한 대회”라고 말해왔다. 최경주 자신도 2004년 대회에서 단독 3위에 올랐고 2011년에는 3라운드까지 공동 2위를 달렸다. 임성재가 지난해 첫 출전에 공동 2위에 오르면서 아시아 역대 최고 성적을 다시 쓴 뒤 마쓰야마가 곧바로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제 아시아 남자 골프에 남은 메이저 트로피는 US 오픈과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이다. 과거 기록만 봐도 못 오를 산은 아니다. 126년 US 오픈 역사상 아시아 최고 성적도 일본이 갖고 있다.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우승한 1980년 대회에서 아오키 이사오가 단독 2위를 했다. 아오키는 현재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회장이다. 2017년 브룩스 켑카(미국)가 우승할 때는 마쓰야마가 4타 차 공동 2위를 차지하면서 세계 랭킹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대회인 161년 역사의 디 오픈에서는 대만 선수가 준우승 기록을 남겼다. 1971년 100회 대회에서 뤼량환(대만)이 리 트레비노(미국)에게 1타 뒤진 단독 2위를 한 것이다. 중국의 리하우퉁은 2017년 대회 때 마지막 날 63타 맹타를 휘둘러 단독 3위를 기록했다.
US 오픈은 거의 매년 ‘코스와의 전쟁’을 마련해 당대 최고 골퍼들의 한계를 시험한다. 미국 전역의 어렵기로 소문난 다양한 골프장들을 찾아다닌다. 좁은 페어웨이에 깊고 질긴 러프는 무릎 높이가 예사다. 흔히 ‘자연과의 싸움’으로 불리는 디 오픈은 영국 내 바람 많은 해안가의 10개 링크스 코스를 순환한다.
한국 선수의 디 오픈 최고 성적은 2007년 최경주의 공동 8위, US 오픈 최고 성적은 2011년 양용은의 공동 3위다. 현재 한국 군단 에이스인 세계 20위 임성재는 지난해 US 오픈에서 22위를 했다. 디 오픈은 한 번 나가 컷 탈락했다. 세계 47위 김시우는 2017년 US 오픈에서 공동 13위까지 올랐지만 디 오픈에서는 공동 67위(2018년)가 최고 순위일 정도로 재미를 못 봤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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