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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다 진한 돈"...늘어나는 가족 재산분쟁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급등에

일반인도 합의 대신 소송 급증

고령화 따른 후견인 지정 놓고

법정 분쟁도 5년새 두배 이상

/이미지투데이




#A 제조회사 창업주 B 씨는 생전에 자필·녹음으로 유언장을 남겼다. ‘자녀 3명 가운데 1명에게만 일부 재산을 상속하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주식·땅값 상승으로 자산이 1,000억 원대로 늘면서 B 씨의 유언장은 자녀 간 다툼의 ‘불씨’가 됐다. 상속받지 못한 자녀들이 유언장 효력을 문제 삼으면서 상속 문제는 결국 법정 소송으로 번졌다.



#C 씨는 아버지가 형에게 상속한 토지가 20년 동안 10배 이상 오른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토지는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 소유할 수 없다’는 농지법에 따라 형이 상속받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땅을 형제가 나누라’고 유언해 C 씨에게도 상속권은 있었다. 형제는 토지 판매 대금 정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땅값을 공시지가와 실거래가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할지를 두고 충돌하면서 두 사람은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상속 재산을 두고 한 푼이라도 더 가져가기 위한 가족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아파트·토지 등 부동산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통상 합의로 마무리되던 사건도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12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처분 청구’는 총 628건에 이른다. 이는 5년 전인 지난 2016년 379건에 비해 65.7%가량 급증한 수치다. 상속 관련 소송은 지난 2017년 404건에서 2018년 487건으로, 2019년에는 576건으로 느는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속 분쟁 증가의 원인을 자산 가격 상승과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서 찾았다. 배현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개발 지역 지정으로 토지보상금이 늘고 아파트 가격도 급등하다 보니 상속 재산 규모가 커졌다”며 “과거 상속 사건의 경우 기업인들 위주로 대형 로펌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강남의 아파트 한 채가 수십억 원에 달하다 보니 일반인들이 대형 로펌을 찾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와 맞물리면서 ‘후견인’ 지정을 둘러싼 가족 사이 법정 분쟁도 해마다 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에 지난해 접수된 한정후견 개시 청구는 236건으로 2016년 103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한정후견이란 질병·노령 등의 정신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피한정후견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다. 가정법원이 지정한 후견인은 피한정후견인이 동의 없이 행한 법률 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 한국앤컴퍼니 주식 매각을 사이에 둔 한정후견 소송이 대표적 사례다.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평소 보유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다”며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을 매각한 일이 자발적인 의사였는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한정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법원 관계자는 “치매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한쪽 가족이 증여나 유언장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자 나머지 가족들 사이에서 이를 예방하고자 신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령사회로 들어서며 후견인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이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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