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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세금 정치의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

구경우 정치부 기자





거대 여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최대 전장이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에 몰표가 나왔다. 집값과 공시가격이 뛰며 보유세 폭탄을 맞은 시민들의 ‘분노 투표’라는 풀이가 많다. 정부 여당의 ‘내로남불’ 논란이 불을 댕겼지만 기저에는 세금 폭탄이 있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세금을 많이 낸다고 모두 분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현 정부 들어 연간 예산이 400조 원 규모에서 600조 원으로 불고 나랏빚이 1,000조 원을 넘었다는데도 내가 낸 세금을 제대로 쓰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

분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뿌려진 세금에서 싹이 텄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탄생한 거대 여당은 지난 11개월간 본 예산 외에도 세 차례 추경을 통해 57조 8,000억 원을 더 썼다. 이 돈이 물론 소상공인·실업자를 돕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매번 지원 기준과 대상이 바뀌면서 현장에서는 “왜 저기는 많이 받고 나는 적게 받느냐”는 형평성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세금 지원 기준은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실직을 면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벼락 거지’가 된 집 없는 직장인의 세금으로 집도, 가게도 있는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구조”라는 자조도 나온다. 집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도처에 뿌려지는 세금을 보며 “일부러 집값 올려 부동산세만 걷는다”는 의심이 팽배하다.

벌써 세수 펑크 우려가 커지지만 정부 여당의 세금 뿌리기는 멈출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왜 우리는 빼느냐”며 들끓는 농심(農心)에 여당은 최근 전국 모든 농가에 매월 10만 원, 연 12조 원을 주는 농가 기본소득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여당이 먼저 말을 꺼낸 ‘자영업 손실 보상’ 문제를 못 풀면 내년 대선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금 지원을 계속하려면 국채를 더 찍든지, 혈세를 더 걷든지 둘 중 하나다. 빚은 젊은 세대가 지게 된다. 세금은 자산을 축적한 기성세대에게 걷는 수밖에 없다. 이 돈은 또 어디에 얼마나 더 줄 것인가. 국민적 공감대 없이 펑펑 쓴 세금 청구서는 또 선거철에 날아들 것이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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