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처음 마주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각 부처 장관들의 정면충돌 장면은 남은 임기 1년의 예고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충분한 소통으로 각 부처와 서울시가 같은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지만 현안마다 이견이 불거질 경우 갈등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오 시장의 첫 만남은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오 시장을 향해 “당선을 축하드리고,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하신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 계시죠? 인사 말씀 한번 해주시겠습니까”라며 발언권도 부여했다. 오 시장도 회의 말미에 “(전날) 대통령님 축하 난과 말씀을 전달받았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화답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무회의에 야당 인사가 참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서울시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배석자로서 발언권을 갖는다.
그러나 회의가 진행되면서 오 시장과 현 정부 장관들 간 이견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오 시장은 우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전하면서 간이 진단 키트에 대한 사용 허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방역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버겁다”며 “새로운 시도·아이디어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가 진단 키트는 양성자가 음성으로 판정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음성으로 나온 양성자가) 마스크를 벗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을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도 자신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임을 강조하며 “중대본과 협의해달라”고 했다.
오 시장은 부동산 공시가격 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는 국민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개정과 국토교통부의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그는 또 “(부동산 공시가격의) 상승 속도가 급격하다”며 “공시가격이 올라 세금이 오르면 가처분소득이 줄어 경제 효과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변창흠 국교부 장관은 “2019년 9월 시도별로 결정권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내용의 공시지가 관련 법률 개정안을 논의한 적이 있는데 서울·경기·제주만 찬성하고 다른 지자체는 모두 반대했다”며 이견을 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시가격은 부동산가격공시법에 따라 한국부동산원이 1,421만 가구의 전수조사를 통해 산정한 가격”이라며 “감정평가사 등의 외부전문가 검토도 진행해 정부가 임의로 조정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마지막에 “서울시와 관계 부처가 국무회의 이후에도 충분히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회의가 끝난 후 자신의 소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날 국무회의 참석 직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토지나 단독주택의 경우 국토부와 시군구가 공시가격 결정 과정에 같이 참여하고 있으나 공동주택 가격은 국토부가 단독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국토부 장관의 입장은 예상대로 기존 입장 그대로였다”고 밝혔다. 방역과 관련해서도 “비대면 온라인 수업의 장기화에 따라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격차 또한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며 “그간 정부의 방역 지침에 가장 모범적으로 동참해온 종교 시설들의 경우에도 그 불편과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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