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3일 시진핑 당시 중국 국가 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다. 호스트는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이었다. 두 사람은 이튿날 백악관 웨스트윙에 있는 루스벨트룸에서 회담을 가졌다. 중국 측 방미 수행단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각료까지 배석한 루스벨트룸은 정상회담장을 방불하게 했다. 루스벨트룸은 원래 회의실이 아니었다. 낡은 백악관을 고치면서 웨스트윙을 증축한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 대통령이 집무실로 사용한 공간이었다.
지금처럼 다목적 회의실로 용도가 바뀐 것은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 대통령이 백악관을 다시 손보면서 집무실(오벌 오피스)을 새로 만들고 기존 공간은 회의실로 꾸몄다. 회의실에는 수족관이 설치된데다 벽에 물고기 조각이 걸려 있어 한동안 ‘피시룸’으로 불렸다. 루스벨트룸이라는 명칭을 붙인 사람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으로 1969년 두 루스벨트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며 방 이름을 지었다. 이곳에 두 루스벨트 대통령의 초상화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이 소장돼 있는 이유다.
현재 이 방은 주로 백악관 참모나 정부 관리들의 회의실로 활용된다. 새로 임명된 참모들을 기존 멤버들에게 소개하는 장소로도 쓰인다. 방문객이 바로 옆인 오벌 오피스에 들어가기 전 대기하는 곳이기도 하다. 종종 대통령 주재 즉석 회의가 이곳에서 열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해 삼성전자·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 경영인들 앞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보이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미국 대통령은 핵심 산업 보호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서고 있는데 우리 대통령은 경제·민생 현안 해결 과정에서 자주 보이지 않는 듯하다.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신속히 결단하고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남긴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좋은 선택은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 그 다음으로 좋은 선택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 가장 안 좋은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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