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소폭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하락했지만 나스닥은 1% 넘게 올랐죠.
이날은 두 가지 중요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존슨앤존슨(J&J) 백신 접종자 가운데 혈전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6건이 생기고 1명이 숨지자 미 보건당국이 백신 접종을 당분간 중단시켰습니다. 이와 별도로 노동부가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했는데 전달 대비 0.6% 상승해 시장 전망치(0.5%)를 웃돌았습니다. 다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적게 올랐다는 평가가 나왔죠. 오늘은 J&J 백신 중단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알아보겠습니다.
“경제활동 재개에 영향 못 줘…7월까지 모든 성인 백신 맞을 것”
마이크 윌슨 모건 스탠리 최고 미국 주식 전략가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J&J 백신 접종 일시 중단이 경제활동 재개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좋은 소식은 우리에게는 7월까지 모든 성인이 맞을 수 있을 정도의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이 충분히 있다는 점”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700만명가량의 접종자 중에 6명에게서 혈전이 발생했는데 아직 초기지만 시장이 크게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백신 프로그램은 잘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하반기 완전한 경제활동 재개가 이뤄질 것이라는 데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되레 실적 발표가 증시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인데요.
실제 월가의 분석은 윌슨 전략가의 예상과 동일합니다. J&J 백신중단이 미국의 백신 접종계획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인데요. 골드만삭스의 댄 스트루이벤은 “mRNA 방식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다음 달 말 공급이 수요를 앞서리라는 기존 예상에서 1~2주 정도 늦어지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1억2,000만명 정도가 백신을 접종했는데 이중 J&J 접종자는 약 690만명입니다. 비율로는 5.75% 수준인데요. 이번 주에 할당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2,650만회 분량인데 반해 J&J는 150만회입니다. 여전히 5.3% 정도죠. 이 정도는 화이자와 모더나 생산량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월가의 분석인 겁니다.
파우치 “접종 중단 며칠에서 몇 주 될 것”…바이러스 벡터 백신에서 혈전증
그렇다면 J&J의 접종 중단사태는 얼마나 지속될까요.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철저히 사건을 조사할 시간을 줄 것”이라며 “중단이 며칠에서 몇 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4일 백신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J&J 백신의 안전성을 재검토할 전망인데요. 긴급사용 승인을 계속 허용할지 아니면 특정 연령대나 대상으로 한정할지가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파우치 소장은 J&J 백신사용이 재개될 수 있다고도 했는데요.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종종 멈췄다가 다시 돌아온다”며 “하지만 그게 지금 일어날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감기 바이러스를 이용해 만든 바이러스 벡터벡신에서 혈전증이 나타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J&J가 이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데요. 이들 백신에서 해당 문제가 지속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하지요.
미국 내에서는 큰 틀에서는 문제가 없겠지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더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경우 초저온 보관이 필요해 특수 냉동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J&J는 상온에서 유통해도 되는 데다 한번만 맞아도 됐기 때문에 간편했던 부분이 있죠. 미국 내에서도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다보니 J&J를 선호했던 곳도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백신제조 경험을 쌓고 생산량을 늘려왔기 때문에 파장이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J&J 백신이 중단되면 특수냉동고가 부족했던 지역의 예방접종 노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신흥국…한국도 예외 아냐
월가의 예상을 종합하면 결국 미국은 큰 문제 없다는 겁니다. 바이오 강국만이 가질 수 있는 아메리카 퍼스트죠.
미국의 백신접종 속도는 상당히 빠릅니다. 일부 우려가 있지만 불법체류자도 백신을 맞을 수 있습니다. 백신접종 때 예약자 이름과 같은지만을 확인하기 때문인데요.
보통의 미국 성인들은 운전면허증을 사용하지만 여권으로도 확인을 해줍니다. 해외 주재원들도 모두 백신을 맞고 있습니다.
대형 접종장과 병원 외에도 CVS와 월그린 같은 약국체인에서도 온라인으로 예약접수를 받고 하루종일 접종이 이뤄집니다. 대부분의 주가 19일부터 모든 성인 대상으로 접종이 가능해지는데 이미 그것과 관계없이 상당 수의 성인들이 백신을 맞고 있습니다. 신분확인만 안 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접종 우선권이 있는 기저질환 보유자나 특정직종 종사자인지도 확인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죠. 예약한 대로 그대로 믿고 접종을 해줍니다.
참고로 백신 접종은 무료이며 주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본인이 맞을 백신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기자는 화이자와 J&J에서 화이자를 골랐습니다.
문제는 신흥국입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J&J 백신접종 중단의 가장 큰 영향은 신흥국에 미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이야 화이자와 모더나가 있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은 까닭입니다. 한국만 해도 이미 600만회의 J&J 백신 계약을 해둔 상태입니다. 혈전증 부작용에 30세 미만에게는 접종을 하지 않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또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J&J는 유럽 출시도 연기된 상태입니다.
백신확보가 늦다는 지적에 “다른 나라의 부작용을 봐가면서 하겠다”고 여유를 부린 정부인데 지금은 거꾸로 코너에 몰리게 됐습니다. 2,000만회 분량의 노바백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승인을 받지 못한 백신입니다. 특히 앞서 내놓은 해명과 배치되는 상황이죠. 정책실패입니다.
백신 확보문제는 국민건강과 경제 문제와 직결됩니다. 미국은 독립기념일인 7월4일을 계기로 경제가 로켓처럼 성장할 겁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민들의 생계가 걱정스럽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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