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설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키워드는 ‘스핀오프’다. 인기 있는 기존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이 다른 포맷의 독립적 콘텐츠를 선보이는 이른바 ‘파생' 작품이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MBC ‘바꿔줘! 홈즈’는 제목부터 ‘구해줘! 홈즈’의 동생뻘인 프로그램이고, JTBC는 ‘싱어게인-무명가수전’ 상위 참가자들이 출연하는 ‘유명가수전’을 2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TV조선 ‘내 딸 하자’도 서바이벌 오디션 ‘미스트롯2’ 상위 입상자 7명이 출연하는 스핀오프다. 인기 프로그램의 출연진을 활용해 기존 시청자들을 흡수하면서 새로운 화제성을 만들어내는 스핀오프가 방송가의 ‘부담 없는’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핀오프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이다. 대규모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경연 후 주요 출연자들을 모아 그 연장선 상의 예능을 제작하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유명가수전’은 ‘싱어게인-무명가수전’에서 톱3에 오른 이승윤, 이무진, 정홍일이 선배 가수들과 함께 음악과 이야기를 선보이는 토크쇼로 주목을 받고 있고, ‘미스트롯2’의 TOP7 출연자가 사연을 보낸 부모님에게 신청곡을 불러주는 스핀오프 ‘내딸하자’는 첫 회 시청률이 10.7%를 기록했다. KBS ‘트롯 전국체전’의 주요 출연자들은 의뢰인 고민에 따라 즉석에서 무대를 꾸미는 ‘트롯 매직유랑단’에 출연 중이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도 스핀오프로 영역 확장에 나섰다. 살 집을 찾아주는 콘셉트로 ‘집방’ 예능의 시작을 알린 ‘구해줘! 홈즈’는 집안 셀프 인테리어 대결 프로그램 ‘바꿔줘! 홈즈’로 영역을 확장했다. 집방 예능의 성격과 김숙·박나래·붐·양세형 등 진행자, 두 팀의 대결 구도를 그대로 가져와 셀프 인테리어 완성도를 겨루는데, 첫 회 3.8%의 시청률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e채널에서는 다음 달부터 ‘노는 언니’의 스핀오프 ‘노는 브로’가 다음 달부터 방영된다. 운동만 알던 스포츠 스타들이 노는 법을 터득한다는 설정을 유지하되, 출연자가 박용택(야구), 전태풍(농구), 조준호(유도), 김요한(배구), 구본길(펜싱), 김형규(복싱) 등 남성으로 바뀐다. ‘맛있는 녀석들’은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출연진의 캐릭터를 극화한 스핀오프 시트콤 ‘만드는 녀석들’을 제작한다. ‘맛있는 녀석들’ 출연진, 제작진이 방송을 만드는 화면 바깥의 과정을 담은 페이크 메이킹다큐 형식이 될 예정이다.
익숙함이라는 장점을 내세운 스핀오프 프로그램은 방송사 입장에서 부담 없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선택지다. 본 프로그램의 흥행 요소를 가져가서 변화, 확장하는 것만으로 주목을 끌 수 있는 데다, 시청률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다만 시청자들이 갈수록 TV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쉬운 선택’이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핀오프는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는 방식이라 진입 장벽이 낮지만, 본편의 힘을 바탕으로 하기에 그 힘이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고 남발하기 시작하면 빠르게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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