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 로스쿨과 미스터리가 만났다. '로스쿨'이 법률가들을 양성해내는 유일한 통로 로스쿨에 대해 파헤치며 신선함을 주고, 전대미문의 살인 사건이라는 극적인 장치로 긴장감을 더한다. '법과 정의란 무언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정답을 찾아나가며 의미 있는 드라마로 한 획을 긋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명품 배우들과 배우들의 출연 이유 1순위인 김석윤 감독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14일 오후 JTBC '로스쿨' 제작발표회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김석윤 감독과 배우 김명민, 김범, 류혜영, 이정은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로스쿨'은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얽히게 되면서 펼쳐지는 캠퍼스 미스터리와 더불어 피, 땀, 눈물의 살벌한 로스쿨 생존기를 통해 예비 법조인들이 진정과 법과 정의를 깨닫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 김 감독은 "로스쿨이라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우리가 잘 알지만 모르는 로스쿨의 민낯과 거기서 생활하면서 꿈을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정의하며 "현재 로스쿨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 걸로 안다. 로스쿨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고, 오락적인 매력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그간 법조인을 위주로 집필된 드라마는 많았지만 예비 법조인들의 시선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로스쿨'이 국내 드라마 최초다. 극본을 쓴 서인 작가는 로스쿨 법안이 처음 통과됐던 순간부터 관심을 갖고 이 작품을 기획했다고. 무한 경쟁 시스템 안에서 일어나는 살벌한 경쟁과 갈등·열정, 그리고 각 인물들의 다채로운 서사에 집중한다. 김 감독은 "다른 법률드라마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깊이에 있어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장르"라며 "보통 법률 드라마는 법률적인 과정의 전후 맥락이 중요한 경우가 있는데, '로스쿨'은 과정을 깊고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과정을 즐길 수 있을 것이 조금 더 색다른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김명민은 "다른 캠퍼스물과는 다른 점은 법률 이야기를 다루면서 미스터리 사건 다룬다는 것"이라며 "보통 미스터리에서는 주인공이 몇 명 나와서 사건을 해결하는 데 '로스쿨'은 학생들 모두가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또 캠퍼스물은 달달한 사랑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2019년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JTBC 월화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백상 예술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인정받은 바 있다. 2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김 감독은 다시 한번 명품 드라마를 남길 전망이다. 김 감독은 "연출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 이 드라마의 매력과 신경 쓸 포인트는 속도감"이라며 "법을 전공하거나 법조인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논리적이고 속도감 있는 대사를 칠 것이다. 강의 장면 같은 경우는 카메라를 4~5대 정도 두고 순간의 긴장감을 한 테이크 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로스쿨'은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로 호흡을 맞췄던 김석윤 감독과 김명민이 4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김 감독은 "김명민과는 워낙 많이 같이 작업을 해서 따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현장에서는 눈빛만 봐도 '저 사람이 뭘 원하고, 뭘 하려고 하는구나'라고 알 수 있었다"며 "'김명민이 이 역할을 하느냐 마느냐'를 기준으로 '로스쿨'을 시작하게 됐다. 방송을 보면 모두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김명민과의 호흡에 자신감을 보였다.
김 감독이 '로스쿨'의 시작이 김명민이었다고 한 것과 반대로 김명민은 "'로스쿨'은 김석윤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김 감독도 작품을 결정한 상태가 아니었다. 로스쿨 소재가 참신하고 대한민국에 없었는데, 감독을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 작품의 연출은 대한민국에 단 한 명, 김석윤 감독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강하게 딜을 했다. 감독님이 하면 내가 한다고 밀어붙였다"고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김명민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검사 출신 형법 교수 양종훈 역을 맡았다. 양종훈은 법과 정의를 지키려는 소신이 강해 위법을 저지른 범죄자보다 편법을 자행하는 법조인을 더 경멸하는 캐릭터다. 김명민은 "양종훈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교수이고, 촌철살인 직설 화법을 한다"며 "학생들을 다루면서 소크라테식 문답법을 적용해 학생들을 벼랑 끝에 몰아붙여 멘탈을 붕괴시킨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한 남자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드라마를 끝으로 다시는 법률드라마는 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예전에는 하루 정도면 외워질 수 있는 대사들이 며칠 동안 해도 안 외워지더라. 소크라테스 식 문답법을 양종훈식 대사로 해야 하는데, 관용사·품사·감탄사들이 아예 다 빠져있고 주로 법률 용어들이 낱말로 나열돼있어서 어려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정은은 판사 출신 민법교수이자 리걸클리닉 센터장 김은숙을 연기한다. 김은숙은 탈권위적인 교수로 소통과 교감의 아이콘이다. 양종훈과 대학 동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로 서로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다. 그는 "처음에 민법 교수를 못하겠다고 했다"며 "내가 주로 생활연기를 하다 보니 딱딱한 용어가 나오면 풀어버리려고 해서 여러 번 수고를 들여야 했다. 중반쯤부터 정신을 차렸다"고 법조인 연기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김범은 사시 2차, 경찰대 출신의 로스쿨 1학년 원톱 한준휘를 연기한다. 자랑이자 유일한 가족이었던 검사 삼촌이 국회의원 친구에게 땅을 상납 받고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체포돼 법과 정의를 잃은 인물이다. 그 충격으로 로스쿨 진학을 선택해 삼촌 같은 사람을 막기 위한 검사가 되려고 한다. 김범은 "법률 용어들이 일상 생활 속 쓰이는 대사나 단어들이 아니기 때문에 많이 신경썼다"며 "법적인 얘기를 하지만 결국 법도 사람이 하는 것들이기에 사람 사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두 가지의 밸런스를 지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대 로스쿨 특별전형(차상위계층)으로 입학한 강솔A 역은 류혜영이 맡는다. 강솔A는 방통대 출신 흙수저지만 대한민국 일류대 한국대 로스쿨에 입학해 가시밭길을 걷는다. 극 중에는 동명이인인 강솔B도 등장한다. 이런 설정에 대해 김 감독은 "이름을 똑같이 한 것은 기준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다. 둘이 비슷해지는 과정이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솔A와 B가 로스쿨생들 중에 가장 전형적인 캐릭터"라며 "강솔A는 리걸 마인드가 전혀 없고, 강솔B는 법수저 가문에서 태어나 리걸 마인드가 출중하다. 두 캐릭터가 가까워지는 것이 엔딩 지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명민은 2018년 '우리가 만난 기적' 이후 안방극장에서 3년간 공백기를 가진 끝에 '로스쿨'로 돌아왔다.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인생 태릭터 탄생에 모아진 관심에 그는 "명캐릭터가 탄생할 것인지는 드라마가 잘 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가 사랑받으면 캐릭터도 사랑받지 그게 먼저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드라마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은은 또 한 번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다. 이번엔 지적인 카리스마를 장착하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역시 "김 감독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고 강조하며 "내가 김 감독 작품에 다섯 번째 출연이다. 대본을 안 보고 결정했는데, 이후 대본을 보니까 잘 결정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조선명탐정' 시즌2에 잠깐 나왔는데 김명민이 하는 추리 연기를 보고, 양종훈 역으로 함께하면 좋은 시너지가 날 것 같은 생각을 했다"고 김명민과의 남다른 호흡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지난해 '구미호뎐'에서 매력적인 구미호를 연기하며 호평을 받은 김범은 180도 다른 연기에 도전한다. 김 감독은 "그동안 김범이 센 캐릭터를 많이 해서 나도 궁금하고 시청자들에게 김범의 담백함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김범의 캐릭터를 '플레인 요거트맛'이라고 표현했다. 김범 또한 "내가 매운맛 연기를 많이 했었다"며 "감독님이 인간적인 부분들을 보여주면서 플레인 요거트의 맛을 내자고 해서 매운맛을 뺐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응답하라 1988', '은주의 방' 이후 안방극장에 얼굴을 볼 수 없었던 류혜영은 특유의 지적인 이미지를 발휘한다. 교수들과의 호흡은 물론, 스터디원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류혜영은 "강솔 캐릭터가 극에서 극으로 움직이고 갈등의 폭도 크고 성장의 폭도 큰 것이 매력이다.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며 "항상 함께 하고 싶은 감독님과 하게 돼서 영광이었고 먼저 연락을 주셔서 놀랐다"고 김 감독과의 호흡을 만족해했다.
'로스쿨'은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배우들이 입모아 가장 공을 들인 첫 회 강의실 장면은 '로스쿨'을 가장 표현한 장면이다. 김명민은 "포문을 여는 장면이자 각자의 캐릭터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첫 장면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했다"며 "감독님도 그 강의실 장면이 잘 나와야 한다고 말했고, 나는 캐릭터에 대한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촬영을 앞두고 있어서 고민했다"고 밝혔다. 배우들이 촬영 전에 따로 모여 연습을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이 장면에 대해 그는 "나도 어떻게 나왔을 지 궁금하다.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나오길 바란다"며 시청을 당부했다.
김 감독은 "진실과 정의가 오로지 법으로 구현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법조인, 비법률인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라는 것이다"라며 "큰 판에서 벌어지는 오락물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어려울 수는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어려운 부분을 넘어서면 재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최초 로스쿨생들의 살벌한 생존기 '로스쿨'은 14일 오후 9시 첫 방송된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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