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반도체·전기차·조선 등 전략 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한다.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이 가열된 후 범정부 차원에서 사실상 처음 열리는 회의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소중한 자리다. 더욱이 주요 부처 장관은 물론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참석하므로 깊이 있는 토론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회동은 이벤트에 치우친 측면이 컸다. 2019년 1월 4대 그룹 총수 등 수십 명의 기업인이 참석한 회동은 미세 먼지가 가득한데도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화려한 연출을 뽐냈지만 정작 뚜렷한 결과물은 뒤따르지 않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반도체 산업 동향을 묻고 비메모리 사업에 대한 관심을 표시했지만 이후 실질적 지원 대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당시 논의를 토대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 플랜이 실행됐다면 우리의 반도체 역량은 한층 올라갔을 것이다.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에도 기업인들과의 ‘호프 미팅’에서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된다”고 외쳤지만 돌아온 것은 ‘기업 규제 3법’ 등 투자를 막는 족쇄들이었다.
이번 회의는 시간이 길어지고 상당 부분을 비공개로 하더라도 기업의 애로 사항과 전략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장관과 CEO 간 난상 토론의 장이 돼야 한다. 문 대통령도 이를 통해 산업 현장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역대급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진정성 있는 실천 대책이 따르지 못한 채 문 대통령이 특단의 청년 대책 마련을 강조하는 ‘유체 이탈’ 식 화법으로는 엄중한 상황을 넘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산업 발전에 대한 담론만 제시한 채 ‘장관들이 현장의 고충을 잘 들어 반영하라’는 식의 추상적 지시로 끝난다면 기업들은 글로벌 전쟁터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회동이 보여주기식 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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