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 차 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으니까 안심했어요."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국적의 A씨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차를 타고 지나가는 방식) 방식으로 모더나 백신을 맞을 당시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차 안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접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카타르, 콜롬비아, 브라질, 미국 애리조나주·플로리다주 등도 마찬가지다. 이 방식은 지난해 2월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의 제안으로 국내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도 적용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제 백신 접종에도 드라이브 스루가 활용되는 것이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도 지난 1월 2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타디움 주차장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접종소에서 백신을 맞으며 "살고 싶다면 나를 따라와라"(Come with me if you want to live)며 접종을 당부했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로 유명한 배우 앤서니 홉킨스도 같은 달 28일 LA 할리우드 차병원이 도입한 드라이브스루 접종센터에서 백신을 맞았다.
A씨는 스스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접종센터를 골랐다. 그는 "캘리포니아주가 운영하는 마이턴(myturn)이라는 예약 홈페이지에서 집 인근 주차장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를 선택했다"며 "2주 뒤가 가장 빠른 접종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접종까지 빠르게 진행됐고 안전했다”고 말했다. 그가 주차장에 도착할 당시 차들은 두 줄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접종까지 기다린 시간은 약 30분에 불과했다. 또 대기 과정에서 당국의 간단한 예약 및 신분 확인 절차 외에 타인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 체온 측정 과정도 생략됐다. 그는 "서류를 건넬 때와 주사를 맞을 때를 제외하고는 타인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며 "접촉도 차창 너머로 팔을 뻗은 게 전부다"고 말했다.
A씨는 접종 후 이상반응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차 안에서 잠시 대기했다. A씨는 "주차장에서 나가는 부분에 차를 세워놓고 20분 정도 기다리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며 "차에서 혼자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한인들도 이 방식을 고르는 분위기다”고 덧붙였다.
국내에는 아직 이 방식을 활용한 접종센터는 없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방식이 빠르고 안전하다며 예방 접종에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지금까지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백신접종을 검토하지 않았으며, 백신 접종은 예방접종센터와 위탁의료기관을 통해 이어갈 방침이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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