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2월, A씨는 이듬해인 2020년 4월에 호주를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현지 호텔을 예약했다. 하지만 A씨는 호주에 갈 수 없었다. 같은 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호주가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호텔에 예약 취소와 환급을 요청했지만 호텔은 이를 거부했다. A씨는 계획했던 여행도 못 가고, 예약금 140만원도 돌려받지 못한 신세가 됐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제거래 관련 소비자 상담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직접거래에 대한 상담이 크게 늘었다. 소비자의 항공권·숙박 예약 취소 요청에 해외 사업자가 과도한 위약금을 물거나, 환급을 느리게 해준 결과다.
1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거래 소비자포털'과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국제거래 상담은 2만 6,95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2만 4,194건)에 비해 11.4% 증가한 수치다. 최근 5년간 국제거래 소비자 상담은 2016년 1만 1,118건, 2017년 1만 5,684건, 2018년 2만 2,169건 등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해 접수된 상담 분석 결과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해외 직접거래' 관련 상담이 2019년에 비해 35.4%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해외 직접거래 관련 상담은 2019년 9,523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만 2,897건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국제거래 대행 서비스'는 2019년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제거래 대행 서비스 관련 상담은 2019년 1만 3,135건, 지난해 1만 3,157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와 같은 변화의 배경에 코로나19 확산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항공권·숙박 예약 취소 요청에 해외 항공사와 현지 호텔이 환급을 늦게 해주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자 소비자 상담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접수된 전체 상담 중 품목이 확인된 2만 6,553건을 살펴본 결과 '항공권·항공서비스'가 1만 1,109건으로 41.9%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품목은 의류·신발(15.8%)과 숙박(13%) 순이었다.
해외 사업자가 소재한 국가별로 보면 '중국(홍콩)' 소재 사업자 관련 상담이 25%로 가장 많았다. 미국(14.3%), 싱가포르(11.5%), 스페인(5.6%), 베트남(5.3%)이 뒤를 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은 "해외 구매는 취소와 환급이 쉽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계약 미이행, 미배송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 신용카드사의 '차지백(chargeback)'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차지백 서비스를 신청할 때는 예약확인서, 사업자와 주고받은 메일 등의 입증 자료를 제출해야 환급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한국소비자원은 "해외 항공과 숙박 예약사이트는 거래조건에 따라 취소나 환급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관련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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