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미국 국민의 가장 기본적 권리이며 기업들은 투표 행사 권리를 막는 차별적 법안에 반대할 책임이 있습니다.”
아마존·구글·GM 등 미 대기업들과 전·현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미국 일부 주의 투표권 제한 움직임에 반대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항공·소매·제조업 등 100여 개 기업과 CEO들은 1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광고란에 ‘투표는 민주주의의 생명선’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게재했다. 케네스 셔놀트 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CEO, 케네스 프레이저 머크 CEO 등 흑인 경영인들의 주도로 이뤄진 이번 성명에는 107곳의 기업과 64개 로펌, 기업과 비영리재단 CEO를 포함한 유명 인사 수백 명이 참여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금융회사, 타깃 등 유통 업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성명에서 “자격을 갖춘 유권자가 동등하고 공정한 투표를 할 기회를 제한하는 모든 차별적인 법안을 반대하고 투표권을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밝혔다. 또 민주주의를 ‘아름다운 미국의 이상’이라고 표현하며 “우리 모두를 위해 투표의 권리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지난 10일 기업 경영진이 줌 화상회의를 통해 공화당에 대한 기부와 일부 주의 사업 투자를 보류하는 것 등을 논의한 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에서는 조지아, 텍사스 등 공화당 텃밭지역에서 최근 통과된 투표법 개정안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공화당이 장악한 조지아·텍사스 등 주 의회는 최근 부재자투표 시 신분증 사본 제출, 부재자투표 기간 축소, 투표 장소 제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투표권 개정법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부재자 및 우편 투표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 투표율을 낮추겠다는 공화당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 이에 재계가 반기를 든 셈이다.
성명을 이끈 프레이저 CEO는 “투표권을 단지 정치적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며 “이것은 우리가 국민윤리 수업에서 배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셔놀트 전 CEO도 “기업들이 개별 법안에 반대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투표권(보장)에 대한 기업들의 압도적 지지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이 지금까지 투표권 제한에 반대한 재계 성명 중 규모가 가장 크지만 개별 기업의 입장은 갈리고 있다. 앞서 미시간주의 투표권 제한에 반대 성명을 낸 포드와 GM은 이번 성명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코카콜라와 델타항공은 참여하지 않았다. 코카콜라와 델타항공은 본사가 위치한 조지아주의 투표권 제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공화당의 공격을 받았다. WP는 “이번 기업들의 반대가 재계와 공화당 간의 오랜 동맹을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링크드인 공동 창립자인 리드 호프먼 전 회장는 “재계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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