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박’ 트리오를 알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절반쯤은 이해한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KPGA 투어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최진호(37)·문경준(39)·박상현(38) 얘기다. 30대 후반의 중견인 이들은 다둥이 아빠라는 공통점도 있다. 최진호와 문경준은 각각 아들만 셋, 박상현은 아들만 둘이다.
시즌 타이틀 경험도 화려하다. 최진호는 지난 2016년 대상(MVP)·상금왕, 2017년 대상 출신이고 문경준은 2019년 대상과 최소타수상을 받았다. 박상현은 2014년 최소타수상, 2018년 상금왕·최소타수상을 자랑한다. 셋이 합쳐 KPGA 투어 16승이다.
15일 강원 원주의 오크밸리CC(파72)에서 시작된 KPGA 투어 새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총상금 7억 원) 1라운드 뒤 최문박 트리오는 투어 내 허리로서의 역할, 아빠로서의 역할, 최고 시즌을 경신하기 위한 노력 등을 얘기했다.
문경준은 유러피언 투어를 다녀오느라 이달 9일까지 자가격리를 했는데도 이날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4위에 올랐다. 그는 “격리하면서 골프가 너무 치고 싶었다. 그래서 2주 격리가 끝나자마자 연습장으로 달려갔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전거 타기를 일단 배우고 나면 1~2년 안 탔다가 타도 금세 잘 타듯 골프도 비슷한 것 같다. 2주 넘게 쉬었다가 치는 거니 브레이크를 좀 더 깊게 밟고 천천히 떼면서 가볼 생각”이라고 했다.
문경준은 대회를 마칠 때마다 주최사와 골프장 등에 대한 장문의 감사 인사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감사맨’으로 유명하다. 올해도 감사 릴레이는 계속된다고 밝힌 그는 “사실 처음에 박상현 선수가 제안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박상현은 같은 맥락에서 후배들에게 해줄 얘기가 있을 것 같다는 요청에 “골프뿐 아니라 스폰서에 대한 예의, 대회장에서의 매너, 나아가 필요 시 쇼맨십에 있어서까지 프로페셔널이 되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또 “여기까지 올라온 이상 공을 잘 치는 건 당연한 거고 그 이상이 돼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처럼 사랑받는 투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현과 최진호는 연습 라운드 파트너로 중학교 때부터 친분을 쌓은 사이다. 박상현이 8승, 최진호는 7승을 거둬 투어 통산 10승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기도 하다. 지난겨울 박상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고 최진호는 스윙을 바꿔 샷 거리를 늘리기 위해 여러 코치를 찾아다녔다.
박상현은 “투어 생활을 오래하고 싶지만 흐지부지 연장하기는 싫다”면서 깜짝 목표를 공개했다. 너무 높은 목표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한 시즌 5승 이상을 해내고 싶다는 것. 그는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마흔인데 40대가 되기 전에 정점을 찍고 싶다”고 했다. 최진호도 “팔보다 몸을 쓰는 회전 위주의 스윙으로 바꿨고 약점인 퍼트도 꽤 보완했으니 투어의 선참급으로서 성적으로도 모범을 보이려 한다”고 다짐했다. 박상현은 이븐파, 최진호는 2언더파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다둥이 아빠로서의 고민, 계획도 비슷하다. 박상현은 “6개월 만에 가정에서 나온 셈인데 설렘도 있지만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걱정 아닌 걱정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최진호는 “유러피언 투어에 나갈 때 아이 셋을 모두 데리고 나간다. 낯선 곳에서의 경험이 교육에도 좋은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문박 트리오의 아내들도 따로 종종 만나 아들 키우는 얘기를 나눈다고 한다.
한편 뉴질랜드 유학파 신인 이세진이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공동 선두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세진은 “이 위치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톱10을 목표로 잡겠다”고 했다. 2011년에 데뷔했지만 아직 우승이 없는 김민준도 6언더파를 쳤다. 3언더파를 적은 통산 4승의 이태희는 5번 홀(파3) 티샷을 집어넣어 시즌 1호 홀인원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대상·상금왕 2관왕의 김태훈은 2언더파, 대상 포인트·상금 2위 김한별은 1언더파로 출발했다.
/원주=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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