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국 일자리 계획’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사반대를 외치는 공화당의 속내는 뻔하다. 그들은 바이든이 실패하기를 원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도 공화당은 민주당 대통령의 정책에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공화당은 특히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공공 프로그램에 반대한다. 유권자들 마음속에 능동적인 정부에 대한 호감을 심어주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나 그런 속셈을 곧이곧대로 털어놓는다면 유권자들의 반발을 사게 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들은 다른 공격 방법을 찾는다. 지난 며칠 동안 공화당은 바이든이 제안한 초대형 공공 지출안이 진짜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들고나왔다.
그들은 바이든의 제안 가운데 ‘진짜(real)’ 인프라 투자는 고작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들이 제시한 수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화당은 교량 건설이나 도로 공사에 들어가는 콘크리트만을 인프라 비용으로 규정한다. 현대 경제에 필수적인 깨끗한 물, 안정적인 전력, 초고속 인터넷 접근성 등을 위한 지출은 인프라 투자로 간주하지 않는다.
바이든이 제안한 지출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연구개발(R&D)과 광범위한 혁신에 대한 예산 지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이러한 투자가 부실한 도로와 무너져가는 다리를 보수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훨씬 더 중요하다.
강철과 콘크리트가 동반되지 않으면 인프라 투자로 볼 수 없다는 견해는 민간 분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주장이다. 사실 지난 1950년대에는 기업 투자 지출의 90%가 장비와 시설에 집중됐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 투자의 3분의 1이 주로 R&D와 소프트웨어 구입 같은 ‘지적 재산’에 투입된다.
민간 기업들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투자가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주식시장도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한다. 요즘 주식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들은 가시적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업체들이다. 정부도 같은 일을 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오바마 정부가 바로 그 일을 해냈다.
테크놀로지, 특히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오바마 부양책에서 차지한 비중은 극히 미미했지만 공화당은 이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대출 보증을 해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솔린드라가 파산하자 공화당이 이것을 빌미로 민주당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그린 테크놀로지에 대한 오바마의 투자는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2009년 이래 재생에너지 테크놀로지는 눈부신 전진을 이뤘다. 태양력과 풍력은 대부분의 경우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아직도 그린 에너지를 실속 없는 무용지물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청정 에너지는 사실상 미래의 물결이다.
이 분야에서의 성과 중 오바마 부양책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기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바이든이 내놓은 추가 지출 계획의 핵심으로 수천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해진 대인 투자 지출은 어떤가. 이 역시 좋은 아이디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사실 기반 시설 투자의 결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특정한 다리나 도로를 세우거나 깔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를 따져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투자의 가치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는 해당 기반 시설이 붕괴했을 때만 얻을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는 대인 투자의 효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푸드스탬프와 같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가족 지향적 프로그램들이 미국 전역에 걸쳐 점진적으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이 같은 프로그램의 혜택을 입은 미국인들과 나중에야 유사한 지원을 받게 된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비교할 수 있다.
결과는 분명하다. 조기에 지원을 받은 어린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교육·건강·소득 등 모든 면에서 앞섰다. 가족 지원, 그중에서도 특히 아동들에 대한 투자의 사회적 이윤은 대단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테크놀로지 특히 전기차에 대한 장려, 교육 투자와 부양 자녀를 지닌 가정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 확대 등 바이든 지출 어젠다의 가시성이 떨어지는 항목들 역시 ‘기반 시설(infrastructure)’로 간주해야 할까.
우리의 미래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의 회복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에게는 둔화된 생산성 증가와 약화된 민간 수요라는 보다 장기적인 문제를 치료해야 할 전략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그것이 기반 시설로 보이건 아니건 간에 대규모 공공투자는 성공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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