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 개고기가 판매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묵은 ‘개고기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현행법상 개고기 판매는 불법이지만 사회적 관행을 이유로 실제 단속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현실과 제도 사이의 괴리가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국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개고기 판매의 법적 근거를 재정비하고 제도적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9일 배달 앱에서 개고기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개고기는 엄연한 불법이라 이를 판매하는 업체는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앞서 지난달 유명 배달 앱들에 개고기 판매 식당이 입점한 사실을 처음으로 공론화했다. 결국 이들 앱에서 개고기 판매 식당과 메뉴는 일부 삭제된 상태다.
동물단체의 주장처럼 개고기 판매는 엄연한 불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원료 분류에 등재돼 있는 육류에 한해 판매·조리 등을 허용한다. 하지만 개고기는 식품 원료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다. 식품 원료 분류에서 축산물 식육류는 소·돼지·양·염소·토끼·말·사슴·닭·꿩·오리·거위·칠면조·메추리 고기 등으로 규정돼 있다. 등재돼 있지 않은 원료로 음식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행위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다만 축산법에는 개가 ‘가축’으로 분류돼 있지만 이 법은 농가 소득 증대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식용가축에 관한 규정은 아니다. 일부 식당에서 ‘보신탕’이나 ‘영양탕’ 등의 메뉴를 내걸고 개고기를 식용으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인 셈이다.
하지만 당국이 사회적 관습을 이유로 실제 단속에 나서지 못하면서 개고기 판매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식품위생법 위반을 근거로 행정 조치나 고발을 할 수 있지만 개고기를 판매한다는 이유만으로는 법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회적인 관습을 고려할 때 무작정 처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개고기를 둘러싼 논란이 되풀이될 때마다 정치권은 관련 제도 정비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는 개고기를 합법화하거나 개를 포함한 동물의 임의 도살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의원이던 지난해 12월 개나 고양이를 도살해 식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식용 금지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친 제도 정비를 통해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식용 가축의 도살을 규정한 법에서도 개고기는 제외돼 도축 과정에서의 동물 학대나 위생이 문제가 되는 만큼 관련 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이미 개고기가 오랫동안 불법 유통되고 있는데 정치권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며 “불법 도축 행위를 적극 처벌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등 법의 테두리 안에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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