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을 자랑하던 한국이 하루아침에 백신 접종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우수 대응 국가로 꼽혔던 한국의 백신 접종이 지연되면서 ‘굼벵이(laggard)’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한국과 함께 굼벵이로 지목된 일본의 경우 화이자 백신을 9월까지 공급받기로 했다. 미일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화이자 최고경영자와의 통화 직후 얻어낸 성과라고 하니 우리 정부의 백신 확보 지연이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
NYT가 집계하는 ‘전 세계 백신 접종 추적’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 100명당 3명의 접종률(2.91%)을 보여 추산할 수 있는 126개국 중 92위다. 우리가 백신 접종에서 뒤처진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안이한 백신 대책에서 찾을 수 있다. 많은 국가가 대규모 선구매 자금을 지불하면서 백신 확보에 총력전을 벌일 때 우리 정부는 “확진자 상황이 여유 있다”며 뒷짐만 지고 있었다. “정부가 K방역 성과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느라 백신 구매의 골든타임을 놓쳤다(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이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친여 성향의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임명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백신 구입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코로나19는 메르스와 달리 증상이 심하지 않다” 등 문제성 발언으로 방역을 교란했던 인사를 국가 방역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힌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 기획관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회의에서 “우리는 다방면의 노력으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 백신 접종 비상사태를 초래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국정 농단이다. 여야는 국회 국정조사에 합의해 백신 확보부터 접종까지 모든 과정의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K방역 홍보를 그만하고 접종 차질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백신 확보를 위해 최일선에 나서야 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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