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지구용] 버려진 현수막으로 집 짓는 '연금술'이 있다고?

박준영 세진플러스 대표 인터뷰


※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세진플러스 박준영 대표




보통 폐기물 문제라고 하면 폐플라스틱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최근 재보궐 선거에서 사용된 현수막 등 폐섬유로 인한 환경 문제도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하루에 버려지는 폐섬유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전국의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폐섬유는 하루 1,200톤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이처럼 대량으로 쏟아지는 폐섬유 대부분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된다는 데 있습니다. 합성섬유는 폴리에스터가 다량 포함돼 소각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다이옥신 등 각종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합니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가 끝난 뒤 쏟아지는 폐현수막도 대부분 소각될 예정이라 환경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골칫거리인 폐섬유로 집을 만든다는 ‘연금술사'가 있어 지구용 에디터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서울 성북구에 있는 원단 전문 업체 세진플러스 박준영 대표인데요. 세진플러스는 폐현수막으로 목재를 대체할 수 있는 고밀도 섬유 패널 ‘플러스넬(섬유 자체가 가진 특성을 이용해 압착한 패널로 따로 접착제가 들어가지 않는 친환경 패널)’을 만드는 기술력이 있다고 합니다. 박 대표는 기증받거나 사들인 폐현수막 패널로 6평짜리 집까지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폐현수막으로 만든 섬유패널이 벽면을 구성하고 있다.


Q. 폐현수막으로 집을 만든다구요?

A. 폐현수막 등 '폐'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사람들이 더럽다는 선입견을 품는 것을 보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버려진 폐섬유도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폐현수막 잘 재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인쇄물의 변질을 막기 위해 흑연 가루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로 인해 현수막 대다수가 재활용이 안 되고 소각됩니다. 세진플러스는 흑연과 인쇄물을 분리하는 기술을 확보해 현수막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어요.



Q. 폐현수막으로 지은 집, 괜찮나요?

A. 기존 MDF( Medium Density Fiberboard :나무의 섬유질을 추출해 접착제와 섞어 열과 압력으로 가공한 목재)는 물과 닿으면 갈라지고 변형되는 문제가 있어요. 반면 폐현수막으로 만든 섬유패널은 물에 강하고 방염과 단열, 보온 기능도 뛰어나요. 무엇보다 화학 제품이 들어있지 않아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라는 장점이 있어요. 실제 지난해 1톤 가량의 폐현수막을 재활용한 아이스팩 수거함을 경기도에 납품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섬유의 색깔을 살리면서 압착하기 때문에 원하는 디자인이 가능해 사용자가 원하는 모양이나 색깔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점도 플러스넬의 매력입니다.

폐현수막을 이용한 섬유패널로 만든 집 내부.




Q. 상용화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A. 이미 플러스넬을 현대자동차에 2년 넘게 납품하고 있어요. 현대차가 지난해 전기차를 공개하면서 전시장 인테리어 소재로 플러스넬을 활용하기도 했어요. 자동차 회사는 좌석 시트 제작 등 섬유의 품질을 누구보다 꼼꼼하게 체크하는 만큼 기술력에는 자신 있어요. 올해에는 몽골한국경제지원협의회, 한양대학교 링크사업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게르 형태의 몽골 주택을 개조해 '제로하우스'(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친환경 주택)를 만드는 사업에 플러스넬을 활용하기로 했어요. 제로하우스에도 현수막 등 폐섬유로 만든 플러스넬이 사용되요.

폐현수막을 이용한 섬유패널로 만든 집 외관.


Q. 섬유패널 대량 생산 가능할까요?

A. 현수막 등 많은 양의 폐섬유를 재활용하려면 관의 협조와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해요. 일단 폐섬유가 산업폐기물인지 생활 쓰레기인지도 불분명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5년 동안 방치된 폐섬유를 수거해도 범법자가 될 수 있어요. 무엇보다 패널을 대량 생산하려면 대규모 생산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특수지역에 허가구역을 만들어야 해요. 또 정부로부터 기술 검증도 받아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영세 기업이 그 많은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요. 지자체에 무조건 비용 지원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에요. 지원 이후 사후 검증 등 관이 시스템을 구축해 민관이 협업하는 업사이클 클러스터 구축이 시급하다고 봐요.

섬유패널 실제 활용 사례.


Q. 재활용 사업 활성화에 매진하는 사연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A. 지금 하는 재활용 사업이 활성화되면 나무를 훼손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제일 중요한 게 태우면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지구 온난화 현상이 빨라지겠죠? 폐섬유를 100% 자원화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만큼 나무를 보호할 수 있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무엇보다 둘째 딸이 지적장애가 있는데 지금 하는 일의 목적도 이 아이 때문이죠. 우리 딸 같은 아이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게 꿈이거든요. 공공에 이익이 되는 친환경 사업을 하면 사회가 공동체 마을에 관심을 두지 않을까요?

/팀지구용 use4u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