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보아오포럼에서 “한두 나라가 제정한 규칙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미국을 직격 했다. 22일 미국 주도로 예정된 기후 정상회의를 앞두고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 최남단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 화상 연설을 통해 “글로벌 경제시대에 개방융통은 막을 수 없는 역사 추세”라며 “장벽을 쌓고 탈동조화하는 것은 경제규칙과 시장원칙을 위배하는 것으로, 남에게 손해를 입히고 자신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불공정 무역과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에 전방위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설 내내 미국을 ’공도(公道)가 아닌 ‘패도(覇道)’이자 ‘단변주의 국가’ 등으로 비판하며 “대국이면 대국답게 행동하라”고 꼬집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정의를 견지하고 상호존중을 원한다. 어떤 형식의 신냉전 사고와 제로섬게임도 반대한다”며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성장하더라도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세력이나 군비확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에 발표했던) 평화공존 5원칙을 바탕으로 각국과의 협력을 발전시키고 ‘신형국제관계’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중국의 대안으로 육해상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확대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일대일로는 모두가 제휴해 나아가는 밝은 큰길로, 특정한 일방의 작은 길이 아니다”라며 “각국과 동반자 관계를 긴밀히 하고 향후 코로나19 백신과 함께 인터넷전자상거래 등 소프트웨어 규칙 제정에도 협력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날 시주석은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에 곧바로 ‘제2회 아시아문명대화대회’를 열겠다는 새로운 제안을 하기도 했다. 아시아문명대화대회는 ‘문화 일대일로’로 불리는 것으로 기존 일대일로가 경제에 중점을 두었던 것과 비교된다. 앞서 대회는 2019년 5월에 베이징에서 열렸다.
시 주석은 ‘패권불추구’ 언급과는 별개로 중국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재확인 했다. 그는 “올해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중국은 계속 세계평화 건설자, 세계화발전 공헌자, 국제질서 수호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도 불리는 보아오 포럼은 형식적으로는 비정부 기구인 보아오포럼 사무국이 주최하는 행사다. 실질적으로는 후원자인 중국 정부가 자국 주도의 국제 여론 형성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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