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형 산불과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은 가운데 지구 평균 온도도 관측 이래 가장 뜨거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19일 지난해 세계 기후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이동 제한, 경제 위축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기온이 역대 가장 더운 3개년 중 한해에 속한다며 라니냐(적도 동태평양에서 저수온 현상)에도 기온이 가장 높았던 2016년, 2019년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1.2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아르헨티나 북부,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의 많은 지역에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다. 북극에서는 빙하 크기가 줄었고 북극해 80%에서 해양 폭염이 나타났다. 아울러 미국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등에서는 대형 화재가 자주 났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대형 홍수가 많이 발생했다.
러시아도 지난해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유난히 따뜻한 한 해로 기록됐다. 지난해 러시아의 평균 기온은 3.2도로 2007년 세워진 종전 최고치보다 1.0도 높았다.
또 지난해 7∼9월 미국 남서부는 관측 이후 가장 덥고 건조한 기간으로 파악됐고 네바다주와 유타주는 가장 건조한 해로 기록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에서는 작년 8월 16일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54.4도를 기록했다.
동아시아의 작년 여름도 매우 뜨거웠다. 일본 하마마쓰에서는 8월 17일 최고치인 41.1도를 기록했으며 대만에서는 7월 24일 최고 수준인 39.7도를 찍었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 등 일부 도시에서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오염원 배출 감소 등으로 대기오염이 개선됐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지구 온난화가 계속 심각해진 것으로 우려된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모든 핵심 기후 지표들은 기후 변화가 가차 없이 계속되고 이것이 사람, 사회, 경제에 미치는 손실과 피해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보고서에서 "2020년은 극단적으로 기후가 혼란스러운 한해였다"며 "우리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최악의 충격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에 기후 위기와 관련해 "열대 폭풍과 해빙, 가뭄, 폭염, 산불 등에서 기록적 수준"이라며 "우리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WMO뿐 아니라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IEA는 전 세계에서 올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IEA에 따르면 기후 변화의 요인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올해 5%가량 증가해 330억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에는 화석연료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했지만, 올해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에서 회복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올해 전 세계에서 탄소 배출량이 15억t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것은 끔찍한 경고"라고 밝혔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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