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2030세대 남녀 혐오 등 성 갈등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여전히 사회가 남성에게 유리하다’는 청년 여성과 ‘남자라서 이득을 본 게 없는데 역차별을 당한다’는 청년 남성의 의견 충돌이 계속되는데도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여전히 성 평등 캠페인에서 대책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전문가들은 성 평등 교육으로 성 갈등 문제를 풀 수 없다며 2030세대의 인식 격차를 살피고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청년의 생애 과정에 대한 성 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74.6%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남성의 51.7%는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가부는 ‘청년 성 평등 문화 추진단’ 사업을 통해 성 갈등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상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성 갈등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사업에 참여한 23개 팀의 프로젝트를 보면 ‘비혼주의 여성을 위한 페미니즘 연극 프로젝트’ ‘여성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 ‘나와 닮은 여성 위인 찾기’ 등 여성 문제만 다뤘을 뿐 남녀 간 인식 격차를 주제로 다룬 프로젝트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여성계·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청년 남녀의 목소리까지 반영해 성 평등 정책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성 채용 할당제, 군 가산점 폐지, 여성 군 복무 등 2030세대에 특히 민감한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공감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대남(20대 남성)의 요구는 제로섬으로 치닫는 성 평등 프레임을 바꿔 달라는 것인데 자꾸 성 평등 교육만 강조하면 되겠느냐”며 “이대남과 이대녀(20대 여성)의 성 평등 인식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가부가 청년들이 생각하는 성 평등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고 남성의 성 평등 정책 참여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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