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중 갈등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 등 여러 세계적 현안에 대해서는 중국과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성과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하순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앞둔 가운데 한미 간 대북정책 이견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를 갖고 “트럼프 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서 (대북 정책을) 더욱 진전시켜나간다면 그 결실을 바이든 정부가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NYT는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21일 ‘한국 지도자, 트럼프 ‘실패’ 후 바이든과 핵 협상 구하기를 희망해’라는 제목의 기사로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미국이 북한 및 기후변화를 포함한 기타 세계적인 관심 현안에 대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며 “초강대국 간 관계가 악화하면 비핵화를 위한 모든 협상을 해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는 우리나라 생존의 문제”라며 “만약 미중 간의 갈등이 격화된다면 북한이 그런 갈등을 유리하게 활용하거나 이용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은 분명히 그의 성과”라면서도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2017년 당시 우리는 한반도에 다시 한번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정말로 우려했다”며 자신의 2018년 능란한 외교적 묘책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다. 문 대통령은 또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를 상기하며 “김 위원장이 ‘핵 없이도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면 왜 굳이 제재를 받아가면서 힘들게 핵을 이고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실제적이고 불가역적인 진전을 이룬 그런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방법으로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관건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로드맵’을 고안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미국 언론 인터뷰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인터뷰는 대부분 대북 문제만 다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반도체 경쟁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