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신 났네, 신 났어”라고 실언한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사과한 데 대해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사과 호소인’ 수준의 면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를 향한 사과인지,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알 수 없는 난해한 유감 표명이었다”며 “김 부의장의 사과는 의장단의 품격이 아닌 ‘사과 호소인’ 수준의 면피일 뿐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래도 국정의 엄중함을 위해 본회의장을 지킨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허 의원은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중립성 문제를 지적한 뒤 자리로 돌아가면서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격려를 받았다. 이를 본 김 부의장은 나지막이 “아주 신 났네, 신 났어”라고 혼잣말을 했다. 당시 마이크가 켜져 있어 김 부의장의 발언은 본회의장에 그대로 방송됐다. 해당 발언은 다음 질문자인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발언석에 나와 있던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김 부의장은 자신의 마이크가 꺼진 상태인 줄 알고 이같이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박기녕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떠올리게 하는 오만방자한 발언이 나왔다”며 “누구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국회부의장이 대정부질문에 나선 야당 의원들을 향해 조롱성 발언을 하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부대변인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의원이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신성한 자리에서 모욕적 언사를 내뱉은 것은 그 자체로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며 “반성하고 혁신하겠다던 여당의 다짐은 결코 진심이 아니었음이 오늘 대정부질문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부의장은 공명정대하게 국회를 이끌어가라는 국민의 명령을 상기하고 해당 발언에 대해 즉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허 의원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평소 후배 여성 의원에게 건네주던 위로와 격려의 따뜻함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야당에 대한 비아냥과 차가운 오만함만 가득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그 발언은 참담하지만 분명 저를 포함한 야당 의원들을 향해있었다”며 “사과하지 않는다면 국회 윤리특위에 징계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부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 “이틀 전 본회의에서 한 제 혼잣말이 의도치 않은 오해를 낳았다. 의원님들께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또 “어려움을 겪고 계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앞으로 원만한 의사 진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지수 인턴기자 jisuk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