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축구선수 기성용(FC서울)의 아버지 기영옥(65) 전 광주FC 단장은 22일 "아들 이름으로 축구센터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기 전 단장은 이날 "내가 불법이 되는 줄 잘 몰랐던 점이 있었을 수는 있겠으나 '투기'를 목적으로 땅을 샀다는 말을 듣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경찰청은 기 전 단장과 기성용을 농지법 위반, 불법 형질변경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2015~2016년 사이 광주 서구 금호동 일대 논·밭 등 농지가 포함된 토지 10여 개 필지를 수십억 원대에 매입했다. 이후 광주시가 인근의 공원 조성사업 부지에 아파트도 지을 수 있게 사업 방식을 바꿔 기씨 부자가 큰 시세 차익을 올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 전 단장은 "박지성과 손흥민처럼 성용이 이름으로 축구센터를 운영하는 게 내 꿈이었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기 전 단장은 문제의 필지를 구매하기에 앞서 먼저 광주 시내에 축구센터를 지을 부지를 알아봤으나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 다음엔 한 폐교에 축구센터를 지으려고 했지만, 그곳엔 대안학교가 들어설 계획이 있어 또 한 번 계획이 어그러졌다고 밝혔다. 그 후에 매입한 토지가 이번에 문제가 된 필지라는 게 기 전 단장의 설명이다.
기 전 단장은 "이런 과정을 모두 들여다본다면 적어도 불법 투기 목적으로 땅을 매입한 게 아니라는 점은 설명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만약 법정으로 간다면 이를 증언해 줄 사람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땅을 사고도 5년이 지나도록 축구센터 건립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아파트 건립 등으로) 주변 땅값이 오른 게 우리 계획의 발목을 잡았다"고 해명했다. 반듯하게 축구장 모양을 만들려면 추가로 주변의 땅을 몇 필지 더 사야 했는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변 땅값이 확 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농지가 중장비 차량 차고지 등으로 불법 형질 변경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기 전 단장은 부인했다. 그는 "한 업자가 임대를 문의해 와 농지가 아닌 잡종지만 빌려줬는데, 그가 일방적으로 주변 농지까지 밀어버리고 차고지로 사용했다"면서 "그 업자에게 되돌려 놓으라고 요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 전 단장은 당시 해외리그에서 뛰던 기성용이 경작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허위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농지를 사들인 점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기 전 단장은 "내가 기성용의 대리인으로서 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실제 경작도 했다"고 말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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