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형사 사법 체계의 큰 틀이 바뀌면서 경찰의 사건 처리 속도가 이전보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처리하던 민생 사건들까지 경찰에 몰리고 수사 지휘 사건에 대한 법리적 판단 및 처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 및 송부된 사건은 22만 7,241건으로 지난해 동기 29만 874건보다 6만 3,000여 건(21.9%) 급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고 불기소 의견이면 사건을 불송치한다는 기록을 ‘송부’하고 있다.
경찰이 검찰에 넘긴 사건이 지난해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은 수사권 조정으로 사건이 경찰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1~3월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은 7,695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8.5%나 급감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가 제한됨에 따라 경찰에 사건들이 직접 접수된 것이다.
또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경찰을 수사 지휘하지 못하게 되면서 경찰이 사건에 대한 법리 판단을 하느라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검찰은 경찰을 수사 지휘하는 대신 보완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보완 수사는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고 사건 기록을 봐야만 요구가 가능하다. 수사가 진행 중일 때 법리적 판단 등을 지원할 수 없다. 이에 따른 ‘풍선 효과’로 보완 수사 요구는 같은 기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송치 사건 대비 보완 수사 요구 사건 비율은 11.3%다. 지난 1월 2,869건에서 3월 14,729건으로 7배나 늘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모든 보완·재수사 요청, 시정 조치 요구 사건에 경찰의 수사 과오가 있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지만 경검이 서로 협의 중인 사안도 포함돼 있다”며 “경찰이 1차 종결한 사건을 검사가 기소권자로서 한 번 더 검증하는 시스템이 도입돼 사건 처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증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박홍용 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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