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5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측이 재판에서 “검찰은 시의성이 떨어지는 데다 피해가 아예 없거나 대여금이 변제돼 피해가 현실화 된 적조차 없는 혐의를 중대한 범죄인 것처럼 피고인을 구속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자본시장법·외국환거래법·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서 “이번 사건의 공소사실은 7~8년, 심지어 11년 전 사실도 있다”며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지난 2017년 11월 금융정보분석원(FIU)가 SK네트웍스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며 사건을 검찰로 이첩했다”며 “치밀하게 샅샅이 수사해도 해외비자금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확인되자 계좌추적 과정에서 밝혀진 일부 사실로 각종 계열사를 수차례 압수수색하고, 120여명의 관련자를 소환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2011년~2015년 SK텔레시스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SKC로 하여금 3회에 걸쳐 936억원 상당으로 SK텔레시스 유상증자 참여케 한 배임 혐의에 대해 “SCK이사회가 충분한 검토를 통해 독립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2차 유상증자 당시 SK텔레시스의 2대 주주인 피고인은 개인적인 자금이 부족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사회는 ‘피고인이 회사를 경영할 때 휴대폰 사업을 실패했으니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선언해 부득이하게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사회의 희생요구를 수동적으로 따른 것에 불과하므로 공소사실을 거꾸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3차 유상증자 당시에는 사외이사들이 최 회장에게 회장직뿐만 아니라 지분도 넘기라고 요구했다”며 “공소사실처럼 이사들이 최 화장의 영향력 하에 있다며 이러한 요구를 할리 만무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최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2015년 1월 이후 3개월이 지나서야 결정된 유상증자 건에 대해 배임 혐의를 묻는 것은 모순됐다는 취지다.
유상증자 결정 자체도 법무법인의 치밀한 재무실사와 법률검토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회사의 기업가치는 680억원으로, 만약 유상증자 없이 부도가 나도록 회사를 방치했다면 형사상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변호인은 “SK텔레시스가 부도를 맞이하면 SK그룹의 전체 통신사업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던 상황임이 명백했다”며 “이것은 결국 SKC의 손실로도 귀결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유상증자 참여는 결국 SKC의 이익에 부합한 선택이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유상증자 후 3년간 SKC는 100억원대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봤다”며 “결과적으로 자회사를 살려난 성공한 유증인데, 검찰은 배임으로 기소했다”고 꼬집었다.
2012년~2013년 개인 양도소득세, 주식담보대출 관련 비용 등 사적 목적으로 SK텔레시스 자금 116억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선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부도를 막기 위한 행위로 즉시 반환이 예정돼 있었고, 실질적 손해도 없었다”며 “이미 9년 전 다 변제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일시적인 차용금이 변제된 경우에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다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외에 최회장은 2012년 SK텔레시스가 275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할 때 개인자금으로 증자대금 납입한 것처럼 신성장동력 펀드를 속여 BW 인수한 데 대해 특경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이와 관련 변호인은 “해당 펀드는 BW를 잘 인수해서 고액의 이자료를 챙기고, 전혀 손해받은 사실조차 없는데 수사해서 기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회장이 2009년 개인 골프장 사업을 추진 중인 개인회사에 SK텔레시스 자금 155억원을 무담보 대여한 혐의에 대해서도 “당시 골프 사업이 호황이었는데, SK그룹만 골프장이 없었따”며 “사업 다각화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적법한 의사진행”이라고 부인했다. 이어 “피고인의 개인자금 출연을 통해 피해액 전체를 변제했다”고 부연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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