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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보다 더 무서운 인구 재앙이 온다

[책꽂이]■인구 대역전

찰스 굿하트·마노즈 프라단 지음, 생각의힘 펴냄

중국 부상·인구 변동 수혜 누렸던 세계 경제

'약발' 다하면서 인플레이션 위기에 처해

코로나19 로 인한 양적 완화 정책까지 등장

과거 기반 재정·통화정책으론 돌파 못해





마크 트웨인이 말했던 것처럼, 역사는 스스로 반복하지 않지만 종종 각운을 맞춘다. 그런 맥락에서 오늘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자꾸 떠올리게 한다. 완전히 똑같은 상황이 재현되지는 않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곪아가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연이어 떠오르면서 세계가 고통에 빠지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상상이 상상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는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경제학자들의 이성은 냉정하다. 코로나 19가 장기 누적 된 문제가 폭발하는 도화선 역할을 할 것임을 예고한다. 오랫동안 영국 재무부와 영국 중앙은행 자문역을 맡았던 84세의 거시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의 눈에도 세계 경제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그의 눈에 비친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각국 재무부나 중앙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강력하게 역량을 발휘한다고 해도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 현 세상이 직면한 문제는 인구 구조와 세계화 추이의 변화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굿하트는 이 문제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의 필요성을 각국 경제정책 입안자와 학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경제학자 마노즈 프라단과 함께 신간 ‘인구 대역전(원제 : 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을 공동 집필해 출간했다.

저자들이 후기에서 밝힌 대로 책은 코로나 19 발발 이전에 탈고됐다. 즉, 코로나 19의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쓰인 책이다. 하지만 이들이 경고하는 인구 구조 변화와 탈 세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코로나 19가 초래할 인플레이션 우려와 더해지면서 오히려 더 큰 폭발력을 갖게 됐다.



책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 있었다. 스위트 스폿이란 골프채, 라켓, 배트 등으로 공을 칠 때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방향으로 공이 멀리 빠르게 날아가게 만드는 최적의 지점을 말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베이비붐 세대와 여성들의 노동 참여 덕분에 전세계 노동 인구가 대규모로 늘었다. 반면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부양 부담은 줄었다. 여기에 인구 대국 중국이 세계 경제 시스템에 편입됐다. 단순히 중국 인구의 절대적 숫자가 노동력을 증대시켰다는 뜻이 아니다. 사실 중국 인구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55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농촌 인구가 도시로 향하는 등의 내부 인구 분포의 변화로 인해 안정적인 세계 경제 성장에 힘이 실렸다는 점이다. 중국의 영향력에 가려져 크게 부각 되지는 않았지만 동유럽 인구도 세계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과 동유럽이 세계 경제에 편입되면서 발생한 디플레이션 경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상쇄됐다. 세계 각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동력의 축복 속에 낮은 물가와 낮은 이자율을 유지하면서 경제 발전의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 중국 경제는 일정 수준으로 올라섰고, 역동적 인구 성장과 이동도 약화됐다. 더는 세계 경제 성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 중국과 함께 값싼 노동력을 지원했던 동유럽의 역할도 위축됐다.



게다가 저렴한 노동력 공급이 약화하는 가운데 고령화라는 위기 변수가 등장했다. 고령화는 명백히 각국 생산성에 부정적 요인이다. 일정 정도는 은퇴 연령을 늦추는 방식으로 노동 시장 잔존 기간을 늘릴 수 있으나 현재 고령화 속도는 그 이상이다. 정부의 연금과 간병 지원을 요하는 고령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 각국에서는 여전히 출산율이 높고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지 않다지만, 이들 국가는 세계 경제에 기여 하는 수준이 높지 않다. 다시 말해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진국과 경제 신흥국의 역삼각형 인구 구조, 노동력 공급이 풍부한 국가들의 미흡한 영향력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한동안 대세였던 세계화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등장을 계기로 동력을 잃고 있다. 이는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연결 고리를 약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공조에 대한 각국의 자세를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코로나 19 타개책으로 저마다 양적완화 카드를 뽑아 들며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저자들은 지금과 같은 인구 변동 추세에서는 과거 경험을 토대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내놓을 재정 정책이나 통화 정책이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거나 늘어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유효 수단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구 문제가 금융과 보건, 연금 시스템, 통화·재정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가능한 빨리, 심각하게 인지하라는 게 저자들의 경고다. 2만원.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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