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담배나 먼지, 가스 등이 원인으로 숨을 쉴 때 공기가 들락거리는 길인 기관지가 좁아지거나 파괴되거나 기관지 끝인 폐포가 망가지면서 천천히 폐기능이 저하돼 숨이 차게 되는 질병이다. 기도의 염증으로 만성적인 기침과 가래를 동반하는 ‘만성기관지염’과 폐포가 파괴돼 힘 없이 늘어나는 ‘폐기종’의 두 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보통 중년 이후부터 서서히 숨차는 증상이 생기게 된다. 숨차는 증상은 서둘러 걷거나 비탈길을 오를 때 심하고 평상 시에는 덜한 것이 특징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사망률이 높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포함하는 만성하기도질환에 의한 사망은 우리나라 전체 사망 원인 중 8번째 사망 원인이다. 하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 하더라도 가벼운 경우에는 질병 관리를 잘 하면 위험성이 크지 않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다른 만성병처럼 완치는 어렵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 병이다. 한 번 병이 진행하면 담배를 끊어도 잘 완치되지 않는다.
주요 원인은 흡연이다. 하루 1갑을 10년 정도 피우게 되면 병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흡연은 만성폐쇄성폐질환과 폐암 외에도 심장병·중풍·후두암 등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 만성병의 주범이다. 하지만 모든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원인이 흡연은 아니다. 실제 20%~30%의 환자는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서 발병한다. 흡연 외 원인으로는 집안 연기·과거 결핵·천식·대기 오염 등이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도 그 원인으로 입증됐다. 담배를 피우지 않고 좋은 공기를 마시며, 호흡기 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이 병의 예방에 중요하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진단은 방사선 사진과 폐기능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이뤄진다. 방사선 사진은 아주 심한 경우를 제외하면 정상에 가깝다. 방사선 사진을 촬영하는 이유는 다른 숨차는 병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폐기능 검사를 하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확인하고 얼마나 심한지도 가늠할 수 있다.
독감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중요 악화 원인이 되므로 필히 예방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시점은 매년 10~11월을 권장한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독감 예방접종만큼 효과적인 것은 아니나 폐렴도 만성폐쇄성폐질환 악화 등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맞는 것을 추전한다. 독감과 달리 보통 한 번만 맞으면 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약으로만 완치시키기는 어렵다. 따라서 운동이 아주 중요하다. 어떤 환자들은 폐 기능이 나쁨에도 비교적 운동도 하고 잘 지내는가 하면, 어떤 환자들은 폐 기능이 비교적 괜찮음에도 호흡 곤란이 심한 경우가 있다. 이런 차이는 폐 외에 팔, 다리의 근육 등 운동 능력과 관련이 있다. 같은 질환이라도 운동을 많이 하고 활동을 많이 하는 환자들이 확실히 오래 산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약물만으로 완치가 어려우며 비약물적 치료 중 가장 보편적으로 널리 쓰일 수 있는 호흡 재활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운동은 힘이 든다 싶을 정도로 걷거나 조깅하는 것을 가능하면 매일 또는 이틀에 한 번이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 움직이면 숨이 차서 운동을 하지 않고, 그 결과 근력이 약해지면 더 운동을 못하게 돼 악순환이 반복 된다.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조금씩 운동량을 늘리면 2~3달 후에는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운동을 하면 호흡 곤란이 개선되고 운동 능력도 향상된다. 또 일상 생활과 관련된 삶의 질도 좋아진다. 호흡 재활은 이런 호흡 운동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치료 약제는 주로 흡입제를 사용한다. 흡입제를 사용하면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호전 시킬 수 있어 권장된다. 약은 신속하게 증상을 좋게 하는 약과 지속적으로 사용해 효과를 보는 약으로 나뉜다. 신속하게 증상을 좋게 하는 약은 평상 시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증상이 나빠졌을 때 사용한다. 지나치게 사용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임상경과가 나빠졌거나, 치료 단계를 올려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적으로 사용해 효과를 보는 약은 평상 시 계속 사용하는 약으로 증상이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주사를 이용해 투약하는 약은 응급실에 갈 정도로 아주 심한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만 사용된다.
담배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주된 원인이므로 꼭 끊어야 한다. 현대 의학의 치료법을 모두 동원해도 담배를 끊는 것만큼 효과가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병이 걸린 다음이라도 끊게 되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멈추게 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치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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