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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용]고독한 이부장의 채식 버거 체험기


※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요즘 주위를 보면 채식을 하는 사람들(비건)이 부쩍 늘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환경, 동물 윤리, 건강 등 채식을 하는 이유도 다양합니다. 지나친 육식 위주 식습관이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네요.

일생을 고기와 술을 사랑하며 살아온 에디터도 이번 기회에 채식에 한번 도전해볼까 합니다. 이유는 거창하지 않아요. 채식이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데 극단적 육식주의자도 지구를 위해 채식 생활이 가능한지 한 번 시험해 보려구요. ‘채소는 고기를 거들 뿐’이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아재도 채식을 할 수 있다면 채식을 고민하는 다른 분들도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화이팅!

만만한 햄버거부터…버거킹은 와퍼지


플랜트 와퍼와 조우한 #고독한이부장




그럼 뭐부터 먹을까? 일단 처음이니 가장 난이도가 낮을 것 같은 음식부터 시도하는 게 좋겠죠. 그래서 패스트푸드 햄버거를 선택했어요. 관심을 갖고 보니 식물성(대체육) 패티를 사용한 햄버거가 몇몇 눈에 띄네요. 먼저 버거킹의 ‘플랜트 와퍼’부터 도전. 패티의 주 원료는 콩단백질이랍니다. 식물성 패티로 와퍼의 불맛을 구현했다는 데 먹어보니 불맛은 잘 모르겠어요. 대신 비엔나 소시지 같은 훈제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식감은 약간 퍽퍽하지만 고기 씹는 느낌은 나요. 모르고 먹으면 정말 고기로 만든 햄버거라고 착각할 정도에요. 그래도 오리지널 와퍼의 진한 육향이 없는 건 아쉽네요. 첫 시도 이 정도면 성공적입니다.

버거킹 ‘플랜트 와퍼’


아참, 버거킹의 ‘플랜트 와퍼’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메뉴가 아니라는 점은 알아두세요. 햄버거에 사용된 빵과 마요네즈에 우유·계란 같은 동물성 재료가 들어갑니다. 조리도 소고기 패티와 같은 공간에서 한다네요. 와퍼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게 버거킹 측의 설명이에요.

토종 비건 버거도 있다구


롯데리아 ‘리아미라클버거(오른쪽)’와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왼쪽)’


두 번째로 간 곳은 토종 햄버거 브랜드 ‘롯데리아’입니다. 먼저 콩과 밀로 패티를 만들었다는 ‘리아미라클버거’를 먹었어요. 근데 패티가 좀 딱딱하고 마른 느낌이네요. 같이 먹은 후배는 예전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던 피카츄 돈까스 맛이 난데요. 패티의 존재감이 약한 반면 푸짐하게 들어간 양파 튀김이 오히려 맛에서 열일을 합니다.

이어서 바로 롯데리아의 또 다른 대체육 버거인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를 한입. 패티는 유명한 글로벌 식품 기업 네슬레가 노란 대두를 기반으로 만들었답니다. 패티의 식감이 가장 고기에 가깝고 그나마 제일 퍽퍽하지 않아 놀랐어요. 패티는 매우 싱거운 편인데 양고기의 향이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참고로 ‘리아미라클버거’와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 둘 다 패티는 물론 빵과 소스 모두 식물성 재료만 사용했데요. 단 다른 동물성 제품들과 같은 공간에서 조리한다는 건 알아두세요. 또 현재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는 롯데리아 직영점(전체 1,330여 매장 중 100여곳)에서만 판매한다니 미리 매장에 문의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내 맘대로 한줄평(지극히 개인적이고 비전문적인 평가임)


△롯데리아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에디터 원픽!)

: 양꼬치 앤 칭따오의 은은한 향기. 식물이 고기를 대체할 날도 멀지 않은듯!

△버거킹 ‘플랜트 와퍼’

: 비엔나 소시지가 연상되는 훈제향. 식감은 고기와 유사. 단 진짜 와퍼 불맛과 비교는 불가.

△롯데리아 ‘리아미라클버거’

: 대체육 패티보다는 양파 튀김 피쳐링이 신의 한 수.

이번 경험을 통해 육식주의자도 대체육 버거를 거부감 없이, 꽤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채식이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앞으로도 채식 생활을 위한 도전은 계속됩니다. 고기를 포기하지는 못하겠지만 다양한 채식을 시도해 볼게요. 채식 초보자를 위한 메뉴나 식당, 가보고 싶었던 비건 식당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려요.

/팀지구용 use4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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