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미일정상회담의 공동 성명문은 몇 가지 측면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미국의 견제적 대중 정책이 좀 더 확실하게 공식화돼 나타났다.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거론하는 대만 문제에 대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함께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적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이것이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1일 중국을 경제나 안보 등에서 ‘심각하게 도전할 수 있는 국가’로 지적했고 당월 16일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소위 2+2)의 공동 성명문도 중국의 해경법 개정이나 홍콩 및 신장위구르와 연관된 인권 문제, 그리고 센가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대만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견제적 대중 정책을 예고했다. 당월 12일 쿼드(Quad) 정상회의 이후에 나온 공동 선언문에서도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안보와 번영의 증진을 위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범에 기초하고 국제법에 기반한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둘째는 일본의 적극적인 동참이다. 일본 외교에서 미일 동맹이 근간을 이룬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 내에서는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일본이 지나치게 연루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혁신 세력을 포함한 야당뿐 아니라 보수 진영에도 존재한다. 특히 이번처럼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만 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스가 요시히데 정부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한 대중 견제 노선에 합의한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중국은 센가쿠열도 침입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의 공선이나 해경 선박이 센가쿠열도 주변에 계속 출몰하고 해경법을 통해 해경선을 중무장할 수 있게 개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일본의 우려와 위기의식은 한국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이번 공동선언은 센가쿠열도에 대한 일본의 시정권을 인정하고 미일안보조약 5조의 관할 범위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스가 총리는 이번 공동선언으로 자신의 최대 약점인 외교안보 분야에서 미국과의 관계 및 지원을 확고하게 다졌다. 조만간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중의원 총선거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중 간 대결 또는 미국의 대중 견제가 안보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 및 과학기술, 환경 문제 등까지 포함한 매우 포괄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미일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안보 외에 경제·과학기술 등 다양한 문제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종전 70주년을 맞아 지난 2015년 4월 워싱턴DC를 방문한 아베 신조 총리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미일공동비전성명’도 양국의 글로벌 파트너십과 강고한 국제 질서 구축을 제시하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공동성명은 미일 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동참까지 촉구했다. 즉 이번 미일공동성명은 양국만의 것이 아니라 양국이 제시하는 가치 및 방향에 동참할 수 있는 국가들에 표본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 외국 인사로 스가 총리를 택한 것도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에 일본 만한 나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중 간 신냉전은 단순히 양국 간의 힘겨루기가 아닌 가치와 원칙을 달리하는 두 ‘진영’ 및 ‘세력’ 간에 벌어지는 대립이 될 것이다. 그 기간이 단기적일지 장기적일지 알 수는 없지만 한쪽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범과 국제법에 기초한 질서’를 추구하고 다른 한쪽은 그러한 기존 질서보다는 물질적 풍요와 함께 권위적 질서를 우선할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이 갈팡질팡할 이유는 없다. 한국의 현재는 기존 질서를 잘 따라갔기에 가능했다. 후대에 물려줄 미래도 다르지 않다. 거대 중국을 상대하기에 국제법적 질서와 그에 함께하는 동지 만한 것이 한국에는 없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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