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약 100년 전에 발생한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집단 학살(제노사이드)'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24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매년 이날 우리는 오스만제국 시대에 아르메니아인 집단 학살로 숨진 모든 이들의 삶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성명에서 두 번이나 집단 학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20세기 초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 150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뜻한다. 당시 오스만제국은 아르메니아인들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인과 경찰들을 동원해 이들을 살해했고 이후 아르메니아인을 대거 추방했다. 이 과정에서 학살과 기아 등으로 총 15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이 사건이 집단 학살이라는 점을 부인하고 있지만 최소 30개국은 이를 집단 학살로 인정했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 이후 처음으로 이를 집단 학살이라고 공식 표기한 대통령이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선거운동 시기에 이 사건을 집단 학살로 인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정작 취임한 뒤에는 이행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대통령들이 터키와의 협력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 학살을 이같이 묘사하는 것을 피해왔다고 전했다.
외신은 이번 성명이 미·터키는 물론 터키·러시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가 러시아의 S-400 지대공미사일 도입을 강행하는 등 비교적 친밀한 양국 관계가 미국 정부를 자극해 이번 성명이 나온 상황에서 터키와 러시아가 더욱 밀접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WP는 터키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및 시리아 분쟁 등에 대해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번 집단 학살 공식화로 양국이 더욱 긴밀히 협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협회의 스티븐 쿡은 "푸틴은 미국과 문제를 겪는 미국의 파트너들에 좋은 유대감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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