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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지도부 누가 돼도 李·朴 사면론 꺼낸다

당·원내대표 주자 다수 '사면론' 주장

과거 회귀 모습은 전략적 실수 비판도

당내 일각에선 "사면론은 시기상조"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연합뉴스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인사들이 입을 모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사면론에 더욱 힘이 싣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사면론이 국민의힘의 중도층 확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도전이 예상되는 인물들 대부분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에 적극적이다. 4선의 홍문표 의원은 지난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문 대통령이) 국민 화합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 사면하면 좋겠다”고 밝혔고, 권영세 의원도 ‘대통령이 사면 결단으로 국민 통합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외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은 일찌감치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출마하면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사면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주 권한대행 역시 지난 21일 ‘당내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취지의 발언을 들어본 적 없다. 많은 분들이 사면을 바라고 있다”고 답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주 권한대행은 사면론과 관련해 “당이 공식적으로 요구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권욱 기자


사면론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에 탄핵 불복론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에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다음날 “(서 의원의 발언을) 당 전체의 의견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탄핵 부정론 진화에 나섰지만, 사면론이 재점화하는 건 막지 못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전직 대통령은 최고 시민인데 갇혀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사면을 건의했다.

차기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후보들도 “국민 통합을 위해 조속한 사면이 필요하다”며 사면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김태흠 의원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과거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두 전직 대통령도 이렇게 감옥에 오래 있지 않았다”며 “사면이 됐든 가석방이 됐든 조치를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탄핵도) 절차나 과정에서 사실 문제가 있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두번째),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철희 정무수석./연합뉴스


차기 지도부 경쟁에 뛰어든 인사들이 요구하는 사면 주장이 여론의 역풍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영남 보수층’의 마음을 얻기 위한 당권 주자들의 ‘사면론 행보’가 중도층으로의 확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면론은 전략적 실수”라며 “여당이 사면론을 꺼내면 관용과 포용이지만 야당이 이야기를 하면 과거로 돌아간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에 대해 사과까지 했는데 과거로 회귀한다면 중도층 포섭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당내에서는 사면론이 시기상조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당권 주자 중 유일하게 사면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김웅 의원은 지난 22일 “산적한 현안이 너무나 많은데 사면론을 꺼낸다는 건 현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민생 같은 부분들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지난 2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 시점에서 사면을 논하기엔 ‘선거 이겼더니 가장 먼저 하는 게 그거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 저 같으면 안 했을 것”이라 말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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