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국회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심사하도록 하는 안을 추진한다. 국회가 예타를 심사할 경우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현안 사업에 대한 예타를 무더기로 통과시키는 등 각종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 예타 조사 결과 심사권을 부여하고 정부에 재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25일 발의한다고 밝혔다.
법안에 따르면 국회는 △예타 조사 과정에서 법령을 위반한 경우 △정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 거부 또는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경우 △예타 조사 자료 내용 또는 분석 방법의 타당성이 결여된 경우 △지역 균형 발전, 긴급한 경제 사회적 대응 등 국가 정책적 관점에서 타당성이 결여된 경우 정부에 재조사, 제도 개선, 예산 조정 등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국회는 사업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정부에 시정 요구안을 의결하게 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회에 예타 조사 결과 심사권을 줄 경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예타 기준이 무더기로 완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의 지역에만 혜택을 주는 사업이 남발돼 ‘국회의원들이 국가 재정으로 매표하는 행위 아니냐’는 비난이 가능할 정도의 사태가 우려된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 사업에 예타 조사를 면제하거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군)은 지방소멸위기지역을 활성화 지역으로 정하고 활성화 지역 내 사업에 대해서는 예타 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소멸위기지역지원특별법을 지난해 9월 발의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성)은 올 1월 대구신공항 예타 조사 등 사전 절차를 면제하고 단축하는 대구경북신공항건설특별법을 냈다.
내년에는 대선·지선이라는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열린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지역 선심성 예타 면제 남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앞서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의 예타 조사를 면제하는 내용의 ‘가덕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총선을 1년 앞둔 2019년에는 총 24조 1,000억 원 규모의 토건 사업이 예타 조사를 면제받았다. 양 교수는 “이미 국회는 선거를 앞두고 가덕신공항특별법을 제정했는데 예타 심사권이 주어질 경우 예타 기준이 낮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예타 조사의 문턱을 낮추거나 주체를 기획재정부가 아닌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바꾸는 안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상태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예타 조사 주체를 기재부 장관이 아닌 각 중앙부처장이 담당하도록 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지역 균형 발전 사업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을 지난해 9월 발의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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